美 경기반등·칠레 공급부족에 반등한 구리…변수는 中 [원자재 포커스]
최대 생산국 칠레서 공급 감소
“내년 초 가격 반등 가능성”

구리 가격이 반등했다. 미국 경제의 ‘깜짝 성장’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한풀 꺾였고, 공급 부족 문제도 제기됐다. 그러나 중국의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장기적인 가격 반등은 당분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선물거래소(COMEX)에서 구리 9월물 가격은 전장 대비 1.33% 오른 파운드당 3.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한 달 간 3.43%, 최근 1년간은 10.28% 상승했다.
美 경기반등·칠레 공급부족에 반등한 구리…변수는 中 [원자재 포커스]
‘닥터 쿠퍼’로 불리는 구리 가격은 글로벌 경기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전력 케이블 등 공산품 제조와 송전, 건축 등 각종 산업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최근의 반등은 미국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4%로 시장 예상치(1.8%)를 웃돈 영향이 크다. 정부지출 뿐 아니라 소비자 지출이 증가하면서 미국이 고금리에도 경기 침체를 피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도 가격을 끌어올렸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에서 5월 구리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기 때문이다. 칠레는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의 약 25%를 차지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건설 병목 현상 등으로 칠레에서는 신규 구리 매장지 개발이 어려워지고, 채굴 비용도 가파르게 올랐다.

세계 최대 구리 공급업체인 칠레 국영기업 코델코는 최근 2분기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연간 생산량 전망치도 135만~142만t에서 131만~135만t으로 낮춰잡았다. 대신 올해 원가 전망치는 파운드당 1.90~2.02달러에서 2.20~2.3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장기적인 가격 동향은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구리 수입량이 가장 많은 ‘세계의 공장’ 중국의 경기가 아직 살아나지 않아서다.

구리 가격은 올 초 파운드당 4.2달러선까지 올랐다. 중국이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해제하면서 중국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기 회복세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중국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6.3%로 전문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전 분기 대비 2분기 성장률도 0.8%로 1분기 2.2%보다 떨어졌다. 구리 가격은 지난 5월 말 파운드당 3.5달러선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광산업체 앵글로아메리칸의 던컨 완블라드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회복 속도가 너무 더뎌 조금 놀랍다”며 “구리, 철광석, 제철용 석탄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의 반등은 내년 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