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덕후 보다 프랑켄슈타인 덕후를 자처한 사연
최애 아이돌 멤버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 캐스팅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가장 먼저 한 일 은 원작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주문한 것이었다. 뭐든 책으로 먼저 배우려는 편집자의 고질병이 발동한 탓이다.

이런 식으로 사두고 안 읽은 책이 수두룩했지만, 《프랑켄슈타인》은 달랐다. 책장을 넘길수록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 급박한 전개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급기야 이 소설의 작가인 메리 셸리에게 흠뻑 빠지고 말았다. 아니, 열아홉의 나이에 이처럼 놀라운 소설을 쓴다는 게 대체 가능한 일인가?
뮤지컬 덕후 보다 프랑켄슈타인 덕후를 자처한 사연
이 놀라운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밝혀준 책이 있으니, 영국의 과학 커뮤니케이터 캐스린 하쿠프가 쓴 《괴물의 탄생》(원제: Making the Monster)이다. 부제에서 말하듯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숨은 과학’을 알려주는 책이지만, 과학적 지식에 그치지 않고 시대적 배경과 메리 셸리의 삶까지 깊숙이 파고들어, 그 다채로운 조각들이 어떻게 시대를 초월한 명작으로 엮이게 되었는지를 탐색한다.

많은 이들이 최초의 과학 소설로 꼽는 만큼, 《프랑켄슈타인》은 풍부한 과학 지식을 기반으로 한 장치들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괴물의 탄생》은 소설의 주인공인 빅터 프랑켄슈타인(여전히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는 괴물이 아니다!)이 어린 시절 탐닉했던 연금술부터 생리학과 해부학, 전기 실험과 갈바니즘 등 당대에 큰 관심을 끌었던 과학 분야가 어떻게 태동하고 발전하며 소설에 영향을 미쳤는지 말해준다.

계몽의 시대이자 발견의 시대, 과학의 시대였던 18세기에 태어난 메리 셸리는 출신 배경도 남달랐다. 메리 셸리의 어머니는 《여성의 권리 옹호》로 유명한 작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이고, 아버지는 급진적 사상가로 이름을 날리던 윌리엄 고드윈이다. 비록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딸 메리를 낳고 며칠 후 사망했지만, 천재적 작가의 기질과 지적 호기심은 딸에게 그대로 물려준 듯하다. 메리 셸리는 학교에 거의 다니지 못했지만 아버지를 찾아 방문한 당대의 지성인들 사이에서 선진 지식과 풍부한 교양을 흡수하며 성장해나갔다. 남편 퍼시 셸리를 만나게 된 것도 그가 아버지의 추종자였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이 ‘괴물 같은 소설’은 한 개인의 괴이한 상상력에서 탄생했다기보다는 시대가 낳은 명작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테다.
뮤지컬 덕후 보다 프랑켄슈타인 덕후를 자처한 사연
두 권의 책을 읽고 나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보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가 심한 시기여서 조심스러운 까닭도 있었지만, 원작과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원작과 상관없는 또 하나의 새로운 창작품임은 인정하지만, 《프랑켄슈타인》만큼은 그 어떤 형태로도 나에게 원작 이상의 감동을 주지는 못할 것 같다. 비록 나의 최애가 주인공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