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했다. 당내 유력 대선 후보 입지를 확고히 굳히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문건 유출과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로 추가 기소되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30일(현지시간) CBS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이 (과거 대선 후보 당시) 그의 이메일을 지웠을 때와 같은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상관없으며 힐러리인지 트럼프인지 중요하지 않다"며 "숨길 게 없다면 지워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경선에 뛰어든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주지사는 CNN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매우 뻔뻔하다"며 "경험이 없는 콜레오네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비토 콜레오네는 마피아 조직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대부'의 주인공이다.

크리스 스누누 뉴햄프셔주지사는 ABC 방송에서 "공화당 후보는 트럼프가 아닐 것"이라며 "미국은 트럼프나 바이든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제3의 후보를 원하는 기류가 강한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실제 중도성향의 정치단체인 '노 레이블'(No Labels)은 대안 후보를 내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 스누누 주지사는 공화당 경선에 참여하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경선 출전을 포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알리나 하바는 이날 폭스뉴스에 나와 트럼프의 추가 기소와 관련해 어떠한 증거도 삭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차례 기소되고 각종 법정 소송에 휘말리면서 올해 상반기 법률 비용만 500억원이 넘는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원하는 정치활동위원회(PAC) '세이브 아메리카'가 올해 상반기에만 법률 비용으로 4000만 달러(약 510억원)가 넘는 금액을 썼다고 보도했다.

세이브 아메리카는 31일 올해 상반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 등을 변호하는 데 지출한 법적 비용이 4020만 달러(약 513억원)라고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