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뜨뜻미지근한 종근당…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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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투자 적극적이었지만, 성과 빈약…구조조정 나서
의약품 판매 실적 성장 이끈 대형품목 공백 극복할지도 관건
[마켓PRO]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뜨뜻미지근한 종근당…왜?
종근당이 시장 예상을 훌쩍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반응이 시원찮습니다. 실적 발표 당일엔 주가가 상승세를 타나 싶었지만, 이내 힘이 빠졌습니다. 실적에 대한 평가도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큽니다. 미래 성장성과 직결되는 연구‧개발(R&D) 역량에 의구심이 제기된 탓입니다. 종근당의 강점으로 꼽혀온 의약품 판매도 기로에 놓였습니다.

R&D 비용 절감 따른 ‘어닝 서프라이즈’…빈약한 성과 부각시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근당은 2.53% 하락한 7만72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8일엔 장중에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를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영향으로 3.39% 상승했지만, 이후 실적에 대한 혹평이 나오자 상승분 중 일부를 반납한 겁니다.
[마켓PRO]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뜨뜻미지근한 종근당…왜?
종근당의 지난 2분기 별도 기준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한 3918억원을, 영업이익은 44.4% 증가한 434억원을 각각 기록했습니다. 특히 영업이익을 실적 발표 직전에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돼 있던 컨센서스(385억원)보다 24% 이상 많이 남겼습니다.

이 정도 ‘어닝 서프라이즈’라면 실적 발표 직후 주가 흐름과 별개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호평이 이어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종근당의 이번 실적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는 갈립니다. 오히려 부정적인 평가에 힘이 더 실리는 분위기죠.

많은 영업이익을 남긴 배경이 R&D 비용의 감축과 일부 환입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종근당은 팬데믹 시기에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하겠다며 나선 나파벨탄에 대한 임상 개발을 중단했고, 특발성폐섬유화증 치료 후보 CKD-506에 대한 임상 계획을 변경하며 위탁연구(CRO)에 지급한 비용 일부를 돌려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김태희 KB증권 연구원은 “선별적이고 효율적인 연구개발비 집행은 긍정적이지만, R&D 성과가 부족한 시점에서 연구개발비 감소로 인한 실적 개선을 큰 투자 포인트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이는 실적 발표를 계기로 새롭게 나온 평가가 아닙니다. 실적 발표 전 프리뷰(전망) 시즌에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비슷한 이유로 종근당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한 바 있습니다.

오의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기업 가치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인 R&D 모멘텀 부재가 (목표가 하향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연간 투자하는 R&D 비용에 비해 아직 파이프라인들의 개발 단계는 초기에 마물러 있어 효력을 확인하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작년 기준 종근당은 1763억원의 R&D 비용을 썼으며, R&D 인력도 563명에 달합니다. 제약업계에서 최고 수준이죠.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매출액 성장 대비 높아진 R&D 비용으로 인해 낮아진 배당성향도 (밸류에이션 할인의) 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실적시즌 기간 동안 유일하게 종근당에 대한 목표주가를 올린 DS투자증권의 김민정 연구원도 “종근당의 연구개발비는 업계 최고 수준이나, 진행 중인 개발 단계에 비해 과다한 비용 지출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R&D 투자의 효율성이 낮았던 점을 지적했습니다.
[마켓PRO]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뜨뜻미지근한 종근당…왜?

실적 성장 이끌어온 케이캡·자누비아 공백 극복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DS투자증권이 종근당에 대한 목표주가를 상향(10만원→10만5000원)한 배경은 이 회사의 강점으로 꼽혀온 의약품 판매 역량에 있습니다. R&D 비용을 효율화했으니 앞으로는 의약품 판매에서의 강점이 희석되지 않는다고 기대한 겁니다.

반면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 의약품 판매 수익성의 후퇴를 전망하며 투자의견은 기존 ‘매수’에서 ‘마켓퍼폼’으로, 목표주가는 11만원에서 9만원으로 각각 내렸습니다.

종근당의 의약품 판매 실적 성장을 이끌어온 대형 품목 두 개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공백이 극복되는 속도에 대한 전망이 두 애널리스트의 전망을 갈랐습니다.

현재 종근당의 주력 판매 품목은 HK이노엔이 개발해 판권을 맡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테고프라잔)과 MSD의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시타글립틴) 시리즈입니다. 판권 계약이 올해 연말까지인 케이캡은 재계약 과정에서 종근당에 배분되는 비율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많고, 자누비아는 특허 만료로 복제약 진입이 예정돼 있습니다.

특히 케이캡 판권 재계약에 관심이 모입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종근당의 하반기 투자 포인트”로 보고 있습니다. 분기당 3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품목이기 때문입니다.

기대되는 새로운 품목은 자체 개발한 천연물 신약인 위염치료제 지텍입니다. 작년 7월에 시판승인을 받았고, 현재 약가협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또 자체 개발한 당뇨신약 듀비에(로베글리타존)와 자누비아를 결합한 복합제도 다음달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