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가 일본 도요타자동차그룹과 북미에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 합작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이를 통해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소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SKC가 ‘마지막 퍼즐’로 꼽힌 북미 생산 계획을 확정하며 글로벌 동박 공급망을 완성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SKC, 日 도요타 배터리 공급망 뚫었다
SKC의 동박 자회사인 SK넥실리스는 도요타그룹 계열 상사인 도요타통상과 북미 시장에서 합작법인 설립 검토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31일 발표했다. 지난 28일 협약식엔 박원철 SKC 사장, 이재홍 SK넥실리스 사장, 가시타니 이치로 도요타통상 사장 등이 참석했다. 동박은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핵심 소재다. 도요타통상이 리튬 등 배터리 원자재 사업도 확대하고 있어 동박용 원자재인 구리 등을 원활하게 공급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회사는 북미 동박 생산공장을 통해 북미 고객사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 대만 일본 기업들의 가세로 글로벌 동박 생산 경쟁이 가열되고 있지만, 북미 지역 동박 생산량은 연 1000t 미만이다. 현지 시장에서 동박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동박을 부품인지 광물인지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다. 광물로 정의되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해도 일부 항목만 준수하면 IRA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다. 하지만 부품으로 규정되면 북미 생산분에 한해 보조금을 준다. SK넥실리스는 리스크를 안고 다른 국가에 공장을 설립하기보다 미국에 짓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SK넥실리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합작공장 건립을 논의 중이다. 생산 목표는 연 5만t 이상으로 알려졌다. 도요타통상과 도요타자동차가 2025년 가동할 예정인 미국 배터리 제조공장(연 최대 40GWh)에 대규모 동박을 납품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 공장의 첫 번째 협력업체로 지정된 만큼 납품 규모가 수년간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넥실리스는 도요타 이외 다른 기업의 배터리 공장에도 동박을 납품할 계획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파나소닉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이들 기업의 북미 공장도 잠재 고객사로 꼽힌다.

SK넥실리스는 이 공장을 포함한 신규 공장에서 고품질 제품인 광폭 동박 위주로 생산할 계획이다. 폭이 좁은 협폭 동박과 달리 한 번에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 저렴한 전기료 등을 내세운 중국 기업의 협폭 동박에 맞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도요타그룹이 한국 배터리 소재업체인 SK넥실리스를 선택한 것은 생산 안정성과 기술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해외 공급사 선택에 보수적이다. 하지만 한 번 계약하면 장기 거래로 이어지는 만큼 향후 추가 수주가 예상된다. SKC 관계자는 “계약 체결 추진 사항 등은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