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성장 탈피한 유럽, 물가는 여전…고민 깊어지는 E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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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이 2분기 플러스 성장을 하며 기술적 경기 침체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기 회복은 아직 쉽지 않다는 평가다. 31일 발표된 근원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역성장 탈출에도 “전망 불투명”
이날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는 유로존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1분기보다 0.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 예상치(0.2%)를 웃돌았다. 유로존은 지난해 4분기(-0.1%)와 올 1분기(-0.1%)에 두 분기 연속으로 역성장하며 기술적인 경기 침체에 진입했으나 세 분기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유로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독일의 경제성장률(0%)은 정체됐다. 프랑스와 스페인이 2분기에 각각 0.5%, 0.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유로존 전체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연간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여전하다. 지난 1년간 이어진 금리 인상으로 기업과 가계의 이자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EU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이 경기 둔화로 고전하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중에서도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 경제가 가장 취약한 상황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발표된 7월 유로존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9로 8개월 만의 최저치였다. 이탈리아 은행 유니크레디트의 에릭 닐슨 이코노미스트는 “ECB의 고강도 긴축 정책이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유럽 경제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CB, 9월 금리 올릴까
이날 유로스타트가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5.3% 올랐다.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이후 최저치이던 6월(5.5%)보다 둔화했고 전문가 예상치(5.3%)엔 부합했다. 이번 수치는 예비치로 8월 18일 확정치가 발표된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5.5% 상승하며 CPI 상승률을 웃돌았다. 근원 CPI가 CPI 상승률을 웃돈 것은 2021년 초 이후 처음이다.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하락했지만 경제 전반의 물가는 아직 높다는 의미다. 상승률은 6월과 같았고 전문가 예상치(5.4%)보다 높았다.
유로존의 주요 경제지표가 한날한시에 공개되면서 시장의 눈은 ECB로 쏠리고 있다. ECB는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지난 30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프랑스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9월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수도, 일시 중단될 수도 있다”며 “9월이나 그 이후 금리가 동결되더라도 언제든 금리 인상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경제학자들은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상과 동결 의견이) 박빙일 것으로 전망하지만 상당수는 ECB가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