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화법, 그렇지 못한 메시지 '콘크리트 유토피아'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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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리뷰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배경은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황궁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다. 이상저온현상에 지진까지 겹친 서울에서 생존한 사람들은 황궁 아파트로 모여들지만, 이 과정에서 입주민과 외부인들의 갈등이 벌어진다.
김숭늉 작가의 웹툰 '유쾌한 왕따'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했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프리퀄에 가깝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엄태화 감독은 "원작에서는 처음에 아파트가 시스템이 갖춰지는 과정을 보여주진 않고, 외부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의 시선으로 이상해진 공간을 바라보는 이야기라 인물들이 변해가는 과정을 볼 수 없었다"며 "그런데 저는 그 부분이 가장 궁금했고, 그에 집중해 각색했다"고 설명했다.

처절하게 살아남은 민성(박서준 분) 역시 그와 다르지 않다. 유일한 가족인 아내 명화(박보영 분)를 지키기 위해 변화하고, 그런 민성을 보며 괴로워하는 명화의 모습이 많은 입주민의 사연 사이에서도 중심을 이룬다. 이타적인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명화의 행동에 '고구마'를 외치는 사람들도 있을 법하지만, 디스토피아적인 세상의 이상으로 볼 법하다.

이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가 갖는 의미, 이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들도 자연스럽게 녹아냈다. 대지진으로 무너져 황궁 아파트로 몰려왔지만, 그 전엔 황궁 아파트 입주민들을 '하급' 취급하며 자신들의 단지 안에 발도 디디지 못하게 했던 드림팰리스 입주민들, 은행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자가'와 '전세'를 따지는 사람들, 명의를 도용해준 사람을 찾아가 전세 사기의 고통을 전하는 사람까지 "우리 아파트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아파트"라는 영탁의 말이 이 모든 아이러니를 함축해 보여준다.

한 줄 평: 그래서, 황궁 아파트 시공가 어딘가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