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층 금융혜택·군수품 생산확대…서방 제재에도 소비 붐으로 버텨
커지는 인플레이션 우려…"카드의 집처럼 붕괴할라"
푸틴, 전쟁 지지얻으려 돈 쏟아부어…'거품 경제' 경고음
1년 반 가까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어가는 러시아 경제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전시(戰時) 경제 부양을 위해 돈을 쏟아부으면서 거품경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국가들의 제재로 압박이 심해진 러시아 경제는 정부 지출 확대에 힘입은 소비 붐으로 버텨왔다.

이러한 러시아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유지하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 주도의 지출이 국가 재정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우려되는 점은 러시아 정부가 너무 빨리 경제에 돈을 퍼붓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소모전으로 치닫자 푸틴 대통령은 군수품 생산 확대에 재정을 투입했으며 저소득층에게도 더 많은 연금과 급여,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보조금 혜택을 쏟아부었다.

러시아 주택도시개발공사(DOM.RF) 등에 따르면 러시아 상위 20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올해 상반기 63% 급증했다.

올해 첫 3개월 동안 신규 주택담보대출 2건 중 1건에 정부 보조금이 지원됐다.

러시아 정부의 막대한 재정 지출로 전 분야에서 수요가 급증,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게 NYT의 진단이다.

경기가 과열 조짐을 보이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예상보다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금융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력 부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 병력이 대거 투입되면서 일부 공장 등에서는 인력난을 겪고 있다.

스베르들롭스크의 한 탱크 생산 공장은 최근 목표량을 맞추기 위해 지역 교도소 수감자 수백명과 고용 계약을 맺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가 군수품 생산 확대 등에 힘을 쏟으면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기업 대출도 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기업 대출은 19% 증가했다.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재정 지출 확대 등으로 인해 러시아 정부는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모스크바에 본사를 둔 가이다르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첫 5개월 동안 러시아 연방 정부는 전쟁 전인 2021년 같은 기간보다 약 50% 더 많이 지출한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러시아산 유가 상한제 등 서방의 제재로 인해 석유에 대해 제값을 받지 못하는 데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구매를 줄이면서 올해 1~5월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베를린 소재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연구원이자 전 러시아 중앙은행 고문인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는 NYT와 인터뷰에서 "경제학자로서 이 거품이 어떻게 꺼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언젠가는 이것이 모두 '카드의 집'처럼 무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