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반도체 강국’이지만 패키징에서는 여전히 존재감이 미미하다. 특히 반도체가 들어가는 기기에 알맞게 패키징하는 후공정 외주기업(OSAT)이 약하다는 평가다. 국내 OSAT 업체 중 세계 10위 안에 드는 기업도 없다.

1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대만은 지난해 기준 세계 상위 10위권 OSAT 업체 중 6개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시장 1위 기업인 ASE가 전체 시장의 27.6%를 차지한다. 대만은 팹리스의 미디어텍, 파운드리의 TSMC에 이어 마지막 단계인 패키징에서는 ASE까지 보유해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10위권의 나머지 업체는 중국과 미국이 쥐고 있다. 중국에선 점유율 11.3%를 차지한 스태츠칩팩(JCET) 등 3개 기업이 10위권 안에 들어 있다. 세계 2위(15.9%)인 앰코(AMKOR)는 미국 기업이다. 대만과 중국, 미국의 10개 기업을 합하면 전체 OSAT 시장 점유율의 80%가 넘어간다.

한국 OSAT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6%에 그친다. 25위권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국내 기업은 4개뿐이다. 하나마이크론과 SFA반도체, 엘비세미콘, 네패스 등이다. ASE, 앰코와 비교하면 기술력도 뒤처진다. 한국 OSAT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서 생산한 메모리 반도체의 패키징 물량을 단순 처리하며 성장했기 때문이다. 메모리 위주로만 연구개발이 이뤄지다 보니 기술 발전 속도도 더디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OSAT 육성에 관심을 쏟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조직인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은 지난해 후공정 전문가 45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사업단은 2030년까지 국내 OSAT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21%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삼성전자도 국내 패키징 생태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 하반기 최첨단 패키징 협의체인 ‘MDI연합’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 OSAT, 반도체 디자인하우스가 모여 2.5D와 3D 패키징 등 고도의 패키징 기술을 연구할 계획이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