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반도체 턴키(일괄 진행) 서비스’를 앞세워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일감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이 서비스 덕분에 경쟁이 치열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고대역폭메모리(HBM) 수주전에서도 TSMC, SK하이닉스를 따라잡을 발판을 마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올초 반도체 턴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파운드리와 메모리 반도체 공급, 첨단패키징, 테스트까지 반도체의 모든 제조 과정을 책임지는 것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의 중앙처리장치(CPU) 같은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고, 여기에 삼성전자의 대표 상품인 고성능 D램을 묶어 포장(패키징)하는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를 아우르는 턴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뿐이다. 인텔은 CPU 생산과 파운드리·패키징 사업을 하고, TSMC는 파운드리·패키징을 병행하는 데 그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HBM을 생산하는 데다 파운드리, 패키징 역량을 모두 갖춘 유일한 회사”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턴키 서비스의 수요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에 파운드리, D램, 패키징을 한꺼번에 맡기는 것이 각각 다른 업체에 맡기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턴키 서비스를 앞세워 파운드리와 HBM 수주 물량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연 ‘삼성 파운드리포럼’에서 턴키 서비스 등을 통해 파운드리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HBM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늘려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파운드리사업부가 수주한 GPU 등에 HBM을 적용하고 패키징 서비스까지 일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턴키 서비스를 견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한 메모리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기업설명회(IR)에서 “고객사들은 삼성전자처럼 한 업체가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공정을 모두 주도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문을 맡기는 팹리스로선 제작 공정을 모두 틀어쥔 ‘슈퍼 을(乙)’의 등장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다른 의견도 나온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반도체 기업이 파운드리, D램, 패키징 업체를 일일이 찾는 번거로움이 상당하다”며 “삼성전자 턴키 서비스가 업계에 적잖은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