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만남을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의 정례화를 추진할 전망이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일 관계가 크게 개선된 데 힘입어 아시아 역내는 물론 글로벌 안보·경제 이슈를 논의하는 주요 협의체로 발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이번 회의는 최초로 다자 정상회의에 따른 것이 아닌, 단독으로 개최된다”며 “한·미·일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삼각대의 한 축’인 한·일 관계 개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미·일 3국은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기 위한 실무 논의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3국 정상은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와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이어 올해 5월에는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만났다.

외교가에선 3국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의 정례화를 뼈대로 한 공동선언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정례화된 다자간 협의체로는 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쿼드(QUAD)와 중국·러시아·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이 참여하는 브릭스(BRICS) 등이 있다.

외교 당국자는 “한·미·일 정상은 1994년부터 지금까지 12번 만났지만 그동안 정례화 논의는 거의 없었다”며 “무엇보다 한·일 관계가 과거사 문제 등으로 악화일로를 걸어온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억제 강화를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결속을 원했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개선되면서 마침내 한·미·일 연대가 본궤도에 오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국력이 크게 신장되면서 3국 간 협력 필요성이 커진 점 역시 협의체로 발전 가능성을 높인 요인으로 꼽혔다. 반도체와 방산 등 안보와 경제의 근간이 되는 핵심 산업에서 한국이 높은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한층 넓어진 것이다.

한 외교 전문가는 “한·미·일 정상회의가 정례화되면 앞으로 미국이 역내는 물론 글로벌 현안을 논의하는 메커니즘으로 기능할 것”이라며 “미국이 주도하는 ‘파이브아이즈(Five Eyes)’ 수준의 정보동맹 등 구체적 협력 방향 설정도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오형주/맹진규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