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 칼 든 거 아냐"…신림동 뒤덮은 '살인예고' 공포
“지나가는 사람이 손에 물건을 쥐고 있으면 칼은 아닌지 확인하게 됩니다.”

지난 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에서 만난 김주현 씨(25)는 “모르는 사람에게 해를 당할까 봐 시도 때도 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습관이 생겼다”며 이처럼 말했다.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상에서 이를 모방한 ‘살인 예고’ 글이 유행처럼 번지자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요일에 신림역에서 한국 여성 20명을 죽일 것”이라는 글을 게시한 20대 남성 이모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이씨를 포함, ‘신림역 살인 예고’와 관련해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은 6건에 달한다.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온라인상 살인 예고 글은 반복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수사 중인 여섯 건을 제외하고도 최소 열 건 이상의 살인예고 글이 온라인에서 작성되고 삭제되길 반복했다. 지난달 3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신림역에 있는 남자 100명과 여자 100명을 죽여버리겠다’는 제목과 함께 피가 흥건한 칼 사진을 올렸다가 한 시간 만에 삭제했다.

게시글이 공개될 때마다 신림역 일대 시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골목 인근 카페 직원 A씨는 “(흉기 난동 이후)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살인 예고 글 소식을 접하곤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며 “2년 넘게 일한 곳이지만 무서워서 다른 지역으로 일자리를 옮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기동대원 6명을 투입해 일대를 순찰하는 등 방범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했다. 이모씨(26)는 “신림역 일대 여성을 죽이겠다는 글을 보고 두려움을 느껴 호신용 후추 스프레이를 구매했다”고 했다.

전철 이용객 급감으로 상권도 타격을 받고 있다. 흉기 난동이 발생한 골목의 고깃집 직원 B씨는 “사건 발생 전 평일 매출이 250만~300만원이었는데 최근 1주일간 하루 매출이 70만~80만원으로 떨어졌다”며 “오후 6시쯤 되면 사람이 북적여야 하는데 이 골목을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했다.

서울 지하철 호선별 역별 승하차 인원 정보에 따르면 흉기 난동 하루 전인 지난달 20일 12만 명에 달하던 신림역 승하차 승객은 23일 6만 명대로 떨어졌다가 29일 8만 명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그쳤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는 단순히 몇 명을 죽이겠다는 살인 예고만으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긴 어려운데 다수 시민에게 두려움과 피해를 주는 만큼 강력히 처벌할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