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로운 가정, 축복 그리고 증여세
부모들은 자녀가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모습을 더없는 행복으로 여긴다. 양가 부모 모두에게 자녀의 결혼은 그간 쏟아부은 애정과 희생의 열매이기도 하다. 그만큼 자녀가 누릴 수 있는 물질적 풍요를 소망한다. 그 소망은 국가 경제를 이끄는 동력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혼인과 가족생활은 이처럼 소중하다. 그렇다면 새롭게 출발하는 가정을 위한 양가 부모의 물질적 지원을 국가는 어떻게 봐야 할까? 증여세 과세 계기로 보면 충분한가. 국민이 이를 원하는가.

우리 세법은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 10년간 합산해 5000만원(미성년자 자녀는 2000만원)까지 증여세를 공제하고 초과액은 과세한다. 1억원까지는 10% 과세하고, 재산가액에 따라 누진적으로 증가해 최대 세율은 50%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증여세 없는 나라가 14개국이다. 증여세로 인해 재산이 부모 세대에 동결되는 부작용과 재산의 세대 이전을 통한 경제활력 제고 효과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별 사정이 다양한 것은 물론이다. 증여세제를 운영하는 나머지 24개국과 비교해도 우리의 증여세 세율과 공제 한도는 지나치게 엄격하다. 최대 50%에 이르는 증여세 최고세율은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반면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할 때 공제하는 금액(10년간 5000만원)은 하위 다섯 번째로 벨기에, 헝가리, 룩셈부르크, 핀란드만 우리나라보다 적은 금액을 공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나라들은 증여세 최고세율이 10~20%대로 50%인 한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자녀 혼인에 대한 양가 부모의 축복과 후원에 대해 우리나라는 다른 의미로 박수 치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이를 의도할 리가 없다.

정부는 지난 7월 27일 ‘2023년 세법개정안’에서 ‘혼인 증여재산 공제 도입’을 발표했다. 현행 5000만원 공제와 별도로, 결혼 전후 각 2년간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하는 재산 중 1억원 한도로 증여세를 매기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양가 부모로부터 지원받는 재산에 대한 신혼부부의 증여세 부담을 완화해 새로운 가정을 지원한다는 점, 음성적일지라도 지원하려는 양가 부모의 죄책감을 걷어내 증여를 양성화하려는 점 등이 반영됐을 것이다. 이는 과도한 증여세 부담을 합리화한다는 측면에서 타당하고, 결혼 전후 증여 의 공제 한도를 1억원으로 한정한다는 점에서 과세 형평도 고려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일부에선 혼인 증여재산 공제를 ‘자녀에게 1억원을 줄 수 있는 부모만을 위한 것’으로 폄하할 수도 있다. 모든 부모가 동일하거나 비슷한 수준의 재산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접어두자. 1억원 증여로 인한 증여세 1000만원은 서민과 재력가 중 어느 가정에 더 부담이 될까. 서민 가정에 1000만원은 더욱 소중하다. 이를 증여세로 납부하는 것은 그만큼 가혹하다. 이런 가정을 도울 수 있다면 실행할 일이다. 재산 차이로 부모의 마음을 달리 평가할 수도 없다. 혼인 증여재산 공제 도입을 계기로 증여세제가 더욱 합리적으로 개선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