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에서 560억원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 사건이 발생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700억원대 횡령 사고에 이어 또다시 수백억원대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은행권의 허술한 내부 통제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남銀, 562억 횡령 7년간 몰랐다
금융감독원은 경남은행 투자금융기획부장 이모씨(50)가 562억원 규모의 PF 대출금을 횡령·유용한 혐의를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경남은행은 자체 감사를 통해 이씨가 77억9000만원의 PF 대출 상환자금을 횡령한 정황을 인지하고 지난달 20일 금감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이후 긴급 현장검사를 벌여 484억원의 횡령 정황을 추가로 확인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범죄수익환수부는 이날 이씨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금감원은 경남은행의 내부 통제 실패가 횡령 사고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이씨는 2007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15년 동안 부동산 PF 업무를 담당했고 2016년 8월부터 대출금을 횡령·유용했다. 이씨는 가족 명의 계좌로 대출금을 이체하거나 PF 시행사의 자금 인출 요청서를 위조하는 등 전형적인 횡령 수법을 동원했지만 경남은행은 횡령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거액 입출금 등 중요사항을 점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횡령사고 또 터지자 "은행권 PF대출 긴급 점검"

금융감독원이 2일 경남은행의 560억원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 사고를 계기로 은행권의 PF 자금 관리 실태에 대한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점검을 통해 PF 대출 등 자금 관리에 문제가 있는 은행이 확인되면 현장검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경남은행은 지난 4월 금감원 검사에서 PF 대출 등과 관련해 ‘경영유의 사항’(16건)과 ‘개선 사항’(30건) 등 주의 조치를 받았는데도 횡령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준공 지연 등으로 수차례 PF 대출 만기를 연장해 대출 상환이 지연됐지만 경남은행이 연장 시점마다 사업성을 ‘양호’로, 자산 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했다고 지적했다. 또 PF 대출의 계정별 회수 금액 및 건수만 보고하고, 채권 회수 실적 세부 내용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은행 투자금융기획부장 이모씨(50)의 횡령·유용 혐의가 드러난 것도 이씨가 다른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기 시작하면서다. 경남은행은 4월 검찰로부터 이씨에 대한 금융거래 정보 조회 요청을 받고 나서야 자체 감사에 들어갔다. 6월 21일 이씨에 대한 검찰 수사 사실을 금감원에 보고했고, 이씨가 맡은 PF 자금 관리 업무를 감사하라는 지도를 받았다.

경남은행의 자체 감사 역량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남은행은 지난달 20일 이씨가 PF 대출 상환자금 77억9000만원을 횡령했다고 보고했지만 금감원의 긴급 현장검사 결과 횡령액은 일곱 배가 넘는 56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우리은행의 700억원대 횡령 사고 이후 명령 휴가제와 순환 근무제 도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경남은행은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올해 1월 인사에서 투자금융부에서 투자금융기획부로 부서를 옮겼지만 업무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 경남은행의 투자금융 관련 부서가 창원 본점이 아닌 근무자가 소수인 서울 여의도에 있었던 것도 장기간 횡령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로 꼽힌다.

김보형/최한종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