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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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진단기업들이 아프리카 중동 등 ‘제 3국’ 시장을 공략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유럽에 비해서는 경쟁이 덜하면서도 시장 잠재력이 큰 시장에서 사업역량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노을은 나이지리아 의료기기 도매업체와 진단 플랫폼 ‘마이랩(miLab)’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2일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026년까지며 공급계약 규모는 약 66억원이다.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약 23억원), 7월 코트디부아르(약 19억원)에 이은 세 번째 단일판매공급계약이다. 올해만 100억원이 넘는 공급계약이 제 3국에서 성사됐다.

말라리아는 결핵, 에이즈와 함께 세계 3대 감염질환으로 분류된다. 환자의 절반 이상인 55%가량이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그중에서도 나이지리아는 말라리아 발생률 및 사망건수 1위를 기록한 나라다. 노을은 물 없이 혈액으로 말라리아를 진단해내는 마이랩을 개발해 아프리카 등 틈새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보통 혈액이나 조직을 진단할 때는 액체 염색법이 자주 쓰인다. 세포를 시약으로 염색한 뒤 물로 씻어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식이다. 하지만 노을의 마이랩은 전문인력이나 상하수도 시설 없이도 세포를 판독할 수 있는 ‘고체 염색법’을 개발했다. 세포질과 핵을 염색하는 약이 일종의 젤 형태로 들어 있어 도장처럼 꾹 눌러주면 염색이 된다. 검사절차를 자동화해 검사 시간은 15분 정도 소요된다.

신상열 노을 영업본부장은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내에서 마이랩에 대한 관심도가 늘고 있다”며 “앙골라 업체의 경우 본계약 전에 업무협약(MOU)을 먼저 체결해 제품 판매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은 로슈 애브비 등 글로벌 선두권 진단업체들이 시쳇말로 ‘꽉 잡고’ 있는 경우가 많아 후발주자인 K-진단업체들은 제 3국을 노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서 래퍼런스를 쌓은 후 선진국 시장에도 도전하겠다는 계획이다.

진시스템은 인도를 공략 중이다. 인구가 많으면서도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고, 제조기반이 부족해 ‘카피’ 우려가 적으며, 아직까지 남아있는 카스트 제도 때문에 각 계급별로 원하는 서비스가 명확하다는 점 등이 장점이다.

진시스템의 분자진단 플랫폼은 진단 소요시간이 30분 이내이며 한 번에 10종 이상의 병원체를 진단할 수 있다. 지난 2월 인도 대형 유통사 G사와 3000대 이상의 결핵 현장진단 장비 및 1000만회 이상의 진단키트 공급계약을 맺으며 올해 흑자전환을 예고했다.

G사는 진시스템 제품을 인도 현지 대기업인 T사에 납품할 예정이다. 결핵 제품은 지난 3월 인도 당국의 허가를 받았으며 이후 B형 간염, C형 간염,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성병(STI), 자궁경부암(HPV) 등 다양한 적응증 허가를 위한 임상도 진행 중이다.

피씨엘도 케냐, 모로코 등에서 레퍼런스를 쌓고 있는 진단업체 중 하나다. 김소연 피씨엘 대표는 오염된 혈액을 걸러내는 혈액스크리닝 사업에 관심이 많다. 지난 3월에는 케냐 보건부 산하 의약품관리위원회로부터 다중면역진단이 가능한 대형 혈액스크리닝 시스템 ‘하이수(HiSU)’에 대한 등록허가를 취득했다.

아프리카 등 제 3국은 혈액검사를 할 장비나 인력이 부족해 수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껏 헌혈을 받아도, 사전에 미처 바이러스를 걸러내지 못한 피가 섞여 들어가 혈액을 전부 버려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피씨엘은 콩고와 나이지리아 등 주변 아프리카 국가에도 빠르게 진출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인구가 많은 인도나 중동에 하이수를 공급해, 모든 인류가 효율적으로 혈액을 활용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목표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8월 2일 10시 41분 <한경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