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연간 24조원에 달하는 미국 휴미라(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지난달 처음 진출했지만 한달간 험난한 시간을 보냈다. 한국의 두 바이오시밀러업체가 세계 최대 시장의 영업망을 한번에 뚫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지 파트너를 앞세운 삼성바이오에피스나 직접 판매 승부수를 던진 셀트리온도 마찬가지였다. 두 업체 모두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약 80%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미국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에 아직 등재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년에 의미있는 성과를 내려면 올해 무조건 점유율을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공보험시장과 사보험시장 중상위권 PBM 등재를 두드리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셀트리온은 초기 진입자에게 장벽이 높은 사보험 시장 대신 공보험 시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장에선 셀트리온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유플라이마 도매가격(WAC)이 오리지널 보다 5% 할인된 6576.5달러(2회 투여분 기준)로 책정됐을 때, 사보험 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기대했다. 할인폭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리베이트의 폭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셀트리온은 출시 한달이 지난 현시점에 사보험 시장 진입에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현지 파트너 없이 직접 판매 조직을 동원해 처음부터 뚫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셀트리온은 대신 공보험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셀트리온의 해외 판매 마케팅을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1일 미국 주요 PBM의 공보험 시장에 선호의약품으로 등재하기 위한 리베이트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휴미라 시장은 공보험이 45%, 사보험이 55%를 차지한다. 대다수 바이오시밀러업계의 1차 목표는 수익성이 높은 사보험 시장 진입이다. 미국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받는 노령층, 저소득층이 주로 혜택을 받는 공보험시장은 업계 입장에선 수익성이 낮은 시장이다. 하지만 리베이트 비용이 적게들고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공보험 시장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오리지널 제품 대비 85% 할인된 가격에 하드리마를 판매하고 있다. 이는 미국 사보험 보다는 공보험 시장에 유리한 가격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미국 의사들이 처방 실적이 적은 바이오시밀러에 대해선 선뜻 처방을 꺼려한다"며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체들 입장에선 공보험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가논이라는 현지 파트너에게 판매를 맡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사보험 시장에선 어느정도 성과를 거뒀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는 미국 현지 4위 PBM인 프라임테라퓨틱스에 등재돼 이미 미국 일반 환자들을 상대로 처방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대형 보험사 시그나헬스케어도 하드리마를 9월부터 처방집에 등재한다고 발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등재에 성공한 PBM과 보험사는 미국 시장의 10% 수준(업계 추정) 네트워크망이다.

바이오업계에선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가 연말까지 꾸준히 PBM 등재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미국 주요 PBM들이 제품의 품질과 경쟁력을 꼼꼼히 따지기 보다 현지 네크워크가 탄탄한 미국, 유럽 제약회사 중심으로 등재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처방실적 등 성적표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제대로 된 실력으로 평가할 것인데, 그때 삼성과 셀트리온에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8월 2일 13시 15분 <한경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