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사측, 온열질환 예방수칙 제대로 안지켜…책임 회피 말아야"

지난 6월 창고형 대형마트인 코스트코에서 일하던 김동호(29) 씨가 숨진 사고와 관련,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노조)이 2일 추모집회를 열고 사측의 사과와 근로자의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카트노동자 죽음에 사죄하라"…마트노조, 코스트코 앞 추모집회
노조 관계자 등 80여 명은 이날 오전 10시께 경기 광명시 코스트코 코리아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29세 청년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코스트코는 사과하고, 정규 인력 충원 및 노동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건희 노조 코스트코 지회장은 "우리의 동료 동호 씨는 35도의 폭염 속에서 성실히 일하다가 젊고 꽃다운 나이에 산재로 목숨을 잃었으나, 4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조민수 코스트코 대표 등 사측은 한마디의 유감 표명과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30세도 되지 않은 청년의 목숨이 끊겼는데 대체 코스트코는 무엇을 믿고 이렇게 오만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는 숨진 동호 씨의 형 동준 씨도 참석해 코스트코 측을 규탄했다.

동준 씨는 "동생은 탈수와 온열에 의한 폐색전증으로 주차장 한쪽에서 외롭게 숨을 거뒀다"며 "직원들 증언 등에 따르면 코스트코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온열 질환 예방 수칙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진 바가 없는데, 조민수 코스트코 코리아 대표는 장례식장에 찾아와 '(사망 근로자에게) 원래 지병이 있지 않았느냐'며 직원들을 추궁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코스트코는 (이번 사안에 대한) 고용노동부 수사 과정에서 조사받는 직원들 동의 없이 사측 변호인 선임계에 그들의 이름을 기재했고, 변호인을 입회하도록 해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게 했다"며 "동호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남은 노동자들을 위해서라도 코스트코 관계자들은 점진적으로 노동 환경을 개선해나가길 당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집회를 마친 뒤 코스트코 광명점 입구 앞까지 걸어가 헌화했다.

묵념을 마친 이들은 입구 앞에 놓인 철제 카트에 국화꽃을 한 송이씩 내려놓으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앞서 동호 씨는 지난 6월 19일 오후 7시께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카트 및 주차 관리 업무를 하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A씨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시간여 뒤인 오후 9시 18분 끝내 숨졌다.

노조에 따르면 동호 씨 사망 당시 병원 측이 발급한 최초의 사망원인 진단서 상 사인은 '폐색전증'으로 기록됐으나, 지난 6월 23일 발급된 최종 사망원인 진단서에는 사인이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로 변경됐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는 해당 사고와 관련,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카트노동자 죽음에 사죄하라"…마트노조, 코스트코 앞 추모집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