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풀장, 펜션, 풀빌라 이어 키즈풀 카페에서도 사고
전문가들 "폭염에 물놀이 시설 이용 늘어난 만큼 안전 신경 써야"
수심 수십㎝ 풀에서 어린이 사망사고 잇따라…"안전불감증 만연"
수심이 수십㎝에 불과한 풀장에서 사망사고가 전국 곳곳 잇따라 안전불감증이 만연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12분께 경북 울릉군 북면에 있는 한 유아풀장에서 초등학생 A군이 물을 펌프로 끌어올리는 취수구에 팔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A군은 높은 수압에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수심이 불과 37㎝에 불과한 풀장에서 숨졌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도 높은 수압에 A군을 쉽사리 구조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난 취수구와 펌프 등은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관리자가 드나들 수 있는 출입문은 잠겨 있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현장에는 안전요원도 배치돼 있지 않아 안전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물놀이형 어린이놀이시설'의 관리주체는 물을 활용하는 기간에는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한다.

사고가 난 풀장은 울릉군청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A군은 가족과 함께 울릉도로 놀러 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관계자는 "수영장에서의 위험 요인들은 시설을 운영하는 곳에서 관리한다"며 "통상적으로 수압이 강해서 사고가 날 정도라면 사전에 확인해야 할 사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심 수십㎝ 풀에서 어린이 사망사고 잇따라…"안전불감증 만연"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인천시 서구 한 키즈풀 카페의 수심 67㎝ 수영장에서도 B(2)양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해당 키즈풀 카페는 서비스업의 하나인 공간 대여업으로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적인 키즈카페처럼 아이들이 주 고객이고 소형 수영장까지 갖췄지만, 관광진흥법에 규정된 유기(遊技) 시설이나 기구가 없어 유원시설업 신고 대상은 아니었다.

대다수 키즈 카페는 '기타 유원시설업'이나 '식품접객업'으로 신고하기 때문에 시설 기준이 까다롭고 정기적인 안전 검사를 받는다.

카페에 설치된 키즈풀 자체도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과 관광진흥법 등에서 명시된 시설에 키즈풀은 포함돼있지 않아 법적으로 관리 대상이 아니다.

사고가 난 카페 측은 예약 규정에 '미니 수영장은 안전사고 위험이 있어 성인 보호자 동반과 관찰이 필수'라는 내용을 명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6일 경기도 가평군 상면의 한 풀빌라에서도 수심 80㎝ 풀장에서 20개월 된 아이가 물에 빠져 숨졌다.

사고 당시 아기는 구명조끼 등 장비 없이 수영장에 들어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지난 1일 강원도 영월군 남면의 펜션 수영장에서 3살 아이가 숨지고 지난달 27일에는 춘천시 남산면 펜션 풀장에서 6살 아이가 중태에 빠지는 등 수심이 비교적 깊지 않은 풀장에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재난 관련 전문가는 물놀이 시설에 대한 안전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은 "폭염 등 날씨 탓에 시설이 갖춰진 곳에 이용객들이 급격히 늘어났지만, 보호자의 주의력은 많이 떨어져 사고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이라도 물놀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 장비 등을 갖추고 시설 운영자들도 이용객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근호 강영훈 김동민 박영서 나보배 심민규 최은지 황수빈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