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미국의 정치 양극화가 표출된 '1·6 의회 난입 사건'이 신용등급 강등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리차드 프랜시스 피치 이사는 2일(현지시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월 6일 발생한 폭동에서 반영된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가 미국 신용등급 하향조정의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날 피치는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조정했다. 같은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6일 있었던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사기 모의 및 국가 기망, 선거사기 유포 등 4개 혐의로 연방검찰에 기소됐다.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번째로 기소됐다.

프랜시스 이사는 "미국의 거버넌스(지배구조)가 신용등급 강등 결정 배경 중 하나였다"며 "거버넌스 약화와 정치 양극화 심화는 지난해 1월 6일 의회 난입에서 가시적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 양극화 측면에서 보자면 민주당은 너무 왼쪽으로 갔고 공화당은 지나치게 오른쪽에 치우쳐 있다"며 "기본적으로 중간이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 정치권의 부채 상한선 논쟁에선 벼랑끝 전술과 양극화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2011년 이후 2년마다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프랜시스 이사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 결정을 내린 시점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해 "미국의 국가 거버넌스와 부채 동향에 대해 오랜시간 우려해왔으며 (미국 정부가) 이 부분을 평가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2011년에 미국 신용등급을 내린 S&P 인사들도 미국의 등급 강등 결정이 정당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 인사들은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부당하다"며 피치를 연이어 질타했다. 재러드 번스타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이날 CNBC에 출연해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 시점은 말이 안된다"며 "이번 결정은 이상하고 자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케빈 무노스 바이든 대선 캠프 대변인은 이번 강등을 '트럼프 강등'으로 불렀다. 그는 NBC 방송에서 "이번 '트럼프 등급 강등'은 극단적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슬로건) 공화당 어젠다의 직접적 결과"라면서 "도널드 트럼프는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했으며,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재앙적 감세로 적자를 확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피치가 등급 강등의 이유로 꼽은 부채한도 협상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감수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거론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