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 대한 미국 국채의 헤징 기능이 약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국채의 신뢰도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해 위축돼서다. 전통적인 투자 전략인 60대 40 포트폴리오도 무용지물이 됐다는 평가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블룸버그 미 국채 총수익률 지수'와 S&P500 사이의 1개월 상관관계가 지난주 0.82를 기록했다. 2000년~2021년 상관관계 평균값인 -0.3에서 역전된 것이다.
가격 떨어지는 데 헤지 기능도 약화한 채권, 투자 매력도 급감
지난해 6월 미 중앙은행(Fed)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처음으로 양(+)의 상관관계로 뒤집혔다. 올해 3월 은행 위기로 국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자 상관관계는 -0.5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의 경제 성장세가 가팔라지면서 양의 상관관계로 돌아섰다. 이번 달에는 1996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가 1에 가까워질수록 두 지수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주식과 채권은 음(-)의 상관관계가 구축돼야 분산투자 효과가 살아난다.

채권과 주식의 상관관계가 1에 가까워지자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모두 타격을 입었다. 분산 투자 효과가 사라지자 포트폴리오 투자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과 채권 60 대 40’ 전략이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60 대 40 포트폴리오는 자산운용업계에서 기본적인 전략이다. 주식과 채권은 하나가 오르면 하나가 떨어지는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던 만큼 분산투자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증시가 불안하면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몰렸다.

그러나 Fed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는 주식과 채권 간 역의 상관관계가 작동하지 않는다. Fed가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채권 금리가 상승하고(채권 가격 하락), 동시에 경기침체 우려가 커져 증시도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60 대 40 포트폴리오는 16%대 손실을 냈다.

주식에 대한 헤지 기능을 상실하자 국채 시장의 출혈이 더 늘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에 연 4.12%로 치솟았다. 전날에 비해 0.1%포인트 상승했다.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주식 시장도 요동쳤다. S&P500 지수는 하루 만에 1.4% 하락했다. 지난 5월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일반적인 상황과 달리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채 시장이 약세장에 진입할 것이라 내다봤다. 전날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 레이팅스 미국의 신용등급을 종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해서다. 재정적자 확대와 부채 부담으로 인해 국채 신뢰도가 약화한 상황에서 피치가 치명타를 입혔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국채는 올 상반기 거둔 이익을 모두 날리게 됐다"며 "Fed의 통화 긴축 조기 종결에 대한 기대감과 헤지 기능에 따라 국채를 보유하던 투자자들 모두 매도 행렬에 합류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