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에 WTI 80달러 아래로 '뚝' [오늘의 유가]
WTI 하루새 2.3% 급락…한달여 만에 최대 하락
안전자산 달러 강세에 원유 투자매력 줄어
미 원유 재고 감소했지만 휘발유 재고는 크게 늘어



국제 유가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달러가 강세를 보인 데가 위험회피 심리가 커지면서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3%(1.88달러) 급락한 배럴당 79.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7월 26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7월 한 달간에만 15.8% 상승했던 WTI는 이날까지 이틀 연속 하락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0월물은 2%(1.71달러) 하락한 배럴당 83.2달러에 마감했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WTI와 브렌트유는 각각 6월 27일 이후 한달 여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됐다는 소식은 전반적인 시장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전날 미국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5월 미국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한 후 3개월 만이다.

이 영향에 미 국채와 달러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원유의 투자 매력이 줄었다. 미국 국채 금리는 재무부의 국채 매입 기대감에 상승하고, 달러화는 안전자산 선호에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ICE달러지수는 102.778까지 올랐다. 달러 강세는 달러화로 거래되는 원유 가격을 비싸게 만들어 해외 트레이더들의 원유 매수를 억제한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에 WTI 80달러 아래로 '뚝' [오늘의 유가]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거시적 배경이 심리를 악화시키면서 유가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는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휘발유 재고가 되레 증가한 것도 유가를 끌어내리는 데 일조했다.

이날 미 에너지정보청(EIA)과 다우존스에 따르면 지난 28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704만9000배럴 줄어든 4억3977만1000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30만배럴 감소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휘발유 재고는 148만1000배럴 늘면서 전문가 예상치인 130만배럴 감소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주 미국의 정제 설비 가동률은 92.7%로 직전(93.4%)에서 하락했다.

케이플러의 매트 스미스 원유 담당 애널리스트는 "강력한 원유 수출과 정제 활동의 증가로 원유 재고가 역대 최대 규모로 감소했다"며 "여름 정제 활동이 정점에 달하고, 강한 월말 수출이 동시에 나온 점 등으로 미뤄 앞으로 이러한 감소세는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