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 주호민(왼쪽), 영화감독 정윤철(오른쪽). /사진=연합뉴스, 한경DB
웹툰작가 주호민(왼쪽), 영화감독 정윤철(오른쪽). /사진=연합뉴스, 한경DB
웹툰 작가 주호민(41)이 자폐 성향 아들을 담당한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가운데, 영화 '말아톤' 감독의 글이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주호민 가족들에 대한 과도한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며 "과도한 빌런 만들기를 멈춰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정윤철 감독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나는 '말아톤' 감독으로서 특정 웹툰 작가에 대한 멸문지화 급의 과도한 빌런 만들기를 멈추고, 그의 아들을 포함한 많은 발달 장애 아이들이 집 근처에서 편안히 등교할 수 있도록 특수학교를 대폭 증설하고 예산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언론과 여론이 힘을 쏟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특수 학교를 세우려 할 때마다 집값 내려간다고 길길이 뛰며, 장애를 지닌 아이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빌도록 만드는 고질적인 님비 현상을 재고하는 계기 또한 되길 빈다"라고도 적었다.

이어 "안 그러면 웹툰 작가의 별명인 '파괴왕'처럼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 고양을 위해 쌓아온 그동안의 사회적 노력이 물거품 되고, 이 땅의 수많은 '초원이'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힐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선생님들의 권익도 중요하지만, 항상 기저에 깔린 구조적 모순과 시스템의 진짜 빌런을 추적해야 할 임무가 있다고 본다"며 "을과 을의 싸움이 지닌 무의미함과 비극성은 영화 '기생충'에서 충분히 보았다"라고도 했다.

앞서 특수교사를 고소한 것과 관련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주호민은 지난 2일 A4용지 약 8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사과문을 올리고 "저희는 선생님이 처벌받고 직위해제 되기를 바랐던 건 아니었다"며 "당시에는 어리석게도 막연히 이렇게 고소를 하게 되면, 중재가 이루어지고 문제가 해결될 거라 믿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저는 지금 모든 특수교사의 권리와 헌신을 폄하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며 "저희의 대응은 제 아이와 관련된 교사의 행위에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었지 장애 아동과 부대끼며 교육 현장에서 성실하게 일하시는 특수교사들을 향한 것이 절대 아니었습니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호민의 아들은 장애가 없는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듣던 중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학교폭력으로 분리 조치 된 상황으로 알려졌다. 주호민 부부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직위 해제된 특수교사는 지난 1일 복직했으며, 특수교사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28일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