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시·도의원 출신들 도맡아…추천위원회 구성도 문제
'월수당 400만원' 부천시 민원 해결사…정치인 위촉 되풀이
각종 민원을 중재하거나 조정하는 경기도 부천시 '시민 옴부즈맨'을 20년 동안 정치인들이 도맡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부천시 등에 따르면 시는 1997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민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는 '옴부즈맨 운영에 관한 조례'도 운영하고 있다.

옴부즈맨은 고충이나 민원을 조사한 뒤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시에 요구하고, 집단민원이 발생하면 중재하거나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민원 해결사'나 '갈등 관리인'으로도 불린다.

공고 후 지원서를 받은 옴부즈맨 추천위원회가 심사를 거쳐 후보자 2명을 선정하면 부천시장이 시의회 동의를 얻어 최종 대상자를 위촉한다.

옴부즈맨은 2년 동안 활동하고 1차례 연임할 수 있다.

1주일에 닷새 출근하면서 하루에 8시간 일하고 활동 수당으로 20만원을 받는다.

한 달로 계산하면 400만원이다.

적지 않은 돈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업무 부담은 비교적 심하지 않아 과거부터 퇴직 공무원이나 시·도의원 출신들이 반복해서 위촉됐다.

1∼3대 옴부즈맨은 부천시에서 국장으로 일하다가 퇴직한 공무원들이 주로 맡다가 4대부터 11대까지는 부천시의원이나 경기도의원 출신이 주로 위촉됐다.

이 기간 국회의원 4급 보좌관 출신이나 부천에서 구청장을 지낸 인물이 옴부즈맨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4년부터 20년 동안 줄곧 정치인이 옴부즈맨을 맡은 상황에서 부천시는 또 지난 1일 제12대 옴부즈맨으로 과거 부천시의원과 경기도의원을 지낸 최갑철씨를 위촉했다.

'월수당 400만원' 부천시 민원 해결사…정치인 위촉 되풀이
이 때문에 지난달 시의회에서 최씨의 위촉 동의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치인 출신이 옴부즈맨을 줄곧 도맡는 상황을 지적하는 의견이 나왔다.

국민의힘 장성철 부천시의원은 시 감사담당관에게 "시의회 출신이나 도의회 출신 의원이 (옴부즈맨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주로) 이런 분들이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가 있느냐"고 질의했다.

감사담당관은 "(옴부즈맨의 경우) 시청 공무원이나 시의회와 소통하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아마 추천위원들이 그런 점을 중요한 심사기준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부천시 조례는 전직 대학교수, 전직 연구기관 관계자, 시민단체 활동가, 법조계 경력자, 건축사 자격증 소지자 등 다양한 직종 출신을 옴부즈맨으로 위촉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부천시 안팎에서는 옴부즈맨을 선정하는 위원회 구성부터 정치인 출신이 높은 점수를 받기 쉬운 구조라는 비판도 나온다.

위원 9명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는 부시장, 인사업무 담당 국장, 경기도의원, 부천시의원 2명 등 절반 이상이 공무원이나 정치인이다.

나머지 위원 4명은 부천시 인사위원회 외부 위원, 변호사, 대학교수, 사회단체 대표가 맡는다.

실제로 이번에 최씨를 위촉하는 과정에서 전·현직 시민단체 활동가와 법원 조정위원 출신도 지원했으나 탈락했다.

이들 중 추천위원회가 선정한 최종 후보자 2명은 최씨와 시민단체 활동가였으나 조용익 부천시장은 같은 더불어민주당 성향의 정치인 출신인 최씨를 옴부즈맨으로 결정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지원자 5명 가운데 최씨가 추천위원회 심사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며 "심사 결과를 존중해 12대 옴부즈맨을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