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에 미국 국채 가치가 수직 낙하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여파다. 재정 위기에 대한 우려 속에서 미국 재무부는 장기 국채 발행량을 늘리기로 결정하면서 매도세는 더 가팔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전 거래일 대비 0.1%포인트 상승하며 연 4.12%를 기록했다.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2%로 9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채 매각 나선 미 재무부, 채권 매도 열기에 기름 부어 [美 신용등급 강등]
국채 금리가 급격히 상승(채권 가치 하락)한 배경엔 신용등급 강등이 있다. 전날 피치레이팅스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종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정부의 재정위기가 심화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피치는 2025년까지 미국의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18%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AAA등급 국가 평균값인 39%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재정 위기에도 미 재무부는 2일 장기 국채 발행을 결정했다. 분기별 국채 발행액을 종전 960억달러에서 1030억달러로 증액한다. 국채 발행 규모를 늘린 건 2년여만에 처음이다. 사실상 피치레이팅스가 내린 부채위기에 대한 진단을 미 재무부가 입증한 셈이다.

미 재무부가 국채 발행에 나선 이유는 이자 상환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금리 수준이 연 5%대에 육박하자 재무부가 부담하는 이자 비용도 급격히 증가했다. 반면 세수는 예상치보다 줄어들며 적자 폭이 확대됐다. 또 미 중앙은행(Fed)가 보유자산(국채)를 매달 600억달러어치씩 축소했다. Fed가 자산을 줄인 만큼 미 재무부는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채 매각 나선 미 재무부, 채권 매도 열기에 기름 부어 [美 신용등급 강등]
시장에선 '국채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재정 적자 전망이 악화하면서 미 국채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미 재무부의 차입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 1일 미 재무부는 올해 3분기 차입금 추정치가 1조 7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관측한 바 있다. 지난 6월 부채한도 협상안이 타결되며 차입금을 대폭 늘린 데 따른 전망이다.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는 '미국 국채 쓰나미'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 재무부의 차입금 전망치가 조정된 것은 정부의 재정 여건이 더 악화하고 있는 걸 방증한다"며 "향후 몇 분기 동안 미국 국채 공급량이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 재무부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조시 프로스트 재무부 차관보는 "(우리는) 미 국채에 대한 견조한 수요가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미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유동적인 자산이다. 미국 경제가 근본적으로 견고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