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송강원 씨 이야기…협소한 한국 사회 조명
친구의 눈으로 '퀴어'의 고통을 보다…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
올해 서른넷인 서아현 씨가 한 살 위인 송강원 씨를 처음 만난 건 대학 시절 연극 수업에서였다.

서 씨에게 송 씨는 "자신이 원하는 삶이 어떤 건지 아는 것 같은" 멋진 오빠였다.

대학 3학년을 마친 송 씨는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며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던 어느 날 서 씨는 송 씨의 페이스북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커밍아웃'을 한 것이다.

기독교인인 송 씨는 자기가 "하나님을 믿는 동성애자"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기독교 집안의 맏딸이자 모범생으로 자란 서 씨는 혼란스러웠다.

"동성애는 죄라고 배웠는데…."
송 씨도 고민이 많았다.

그는 군 복무를 위한 병역판정검사에서 '동성에게 끌린 적이 있느냐'란 질문지에 솔직하게 답했다가 '답을 잘못 체크했다'는 지적을 받고 '공포'를 느꼈다.

송 씨가 선택한 건 미군 입대였다.

이를 위해 한국 국적은 포기해야 했다.

그는 주한미군에 배치돼 한국으로 돌아온다.

공연영상학을 전공한 서 씨는 이때쯤 송 씨의 사연을 다큐멘터리로 찍기로 결심하고, 그의 허락도 받았다.

그 결실이 이달 9일 개봉하는 다큐 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Queer My Friends)다.

이 영화는 송 씨의 순탄치 않은 삶의 궤적을 제삼자의 냉정한 시선 대신 친구의 따뜻한 시선으로 따라간다.

그를 응원하고, 그의 고통에 안타까워한다.

송 씨의 고통은 그가 자기를 숨기고 적당히 사회에 맞춰 살아가길 거부한 데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누구나 있는 그대로 자기를 드러내고 남들과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그는 "나의 존재가 그 자체로 공동체에 자극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한다.

"내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곳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라며 한숨짓기도 한다.

친구의 눈으로 '퀴어'의 고통을 보다…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
그러나 한국 사회는 협소하기만 하다.

퀴어문화축제 행사장 주변에선 반대 집회가 열리고, 이들은 송 씨와 서 씨를 향해 확성기로 "회개하라"고 외친다.

서 씨는 "오빠, 우리 지옥에서 만나자"며 쓴웃음을 짓는다.

카메라는 달리는 전철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서울의 빌딩 숲을 비추고, "이 도시 안에서 우리가 발붙일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내레이션이 흐른다.

관찰자에 머무르던 서 씨는 어느 순간부터 송 씨와 함께 이 영화의 중심에 선다.

취업을 못 하고, 대출금을 못 갚고,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지도 못한 서 씨의 이야기가 송 씨의 이야기와 겹친다.

그렇게 이 영화는 성소수자의 이야기에서 이 시대 청년의 이야기로 확장한다.

이상하다는 뜻의 영어 단어 '퀴어'(queer)는 성소수자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지만, 서 씨는 자신도 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존재란 의미에서 '퀴어'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더 넓게 보면, 사회와 부조화하는 별난 구석을 하나쯤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퀴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성소수자를 존중하는 건 결국 우리 사회의 모든 '퀴어'를 존중하는 길로 통한다는 게 이 영화의 메시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러닝 타임 82분, 12세 관람가.

친구의 눈으로 '퀴어'의 고통을 보다…영화 '퀴어 마이 프렌즈'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