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럭스셰어가 대만 폭스콘을 제치고 애플의 최대 공급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中 럭스셰어, 애플 최대 공급사 '눈독'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럭스셰어가 폭스콘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보도했다. 럭스셰어는 애플이 올해 6월 공개한 착용형 공간 컴퓨터 ‘비전 프로’의 유일한 조립회사다. 럭스셰어는 폭스콘 중국 공장의 생산 근로자로 일했던 그레이스 왕이 1999년 설립했다. 2011년 아이폰, 맥북 노트북용 커넥터를 공급하면서 애플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에어팟, 애플워치, 아이폰 등 애플 대표 제품 핵심 부품 공급사로 성장했다.

FT는 “폭스콘이 아이폰 제조업체로 가장 잘 알려졌지만, 럭스셰어는 애플과의 사업을 꾸준히 확장하며 중요한 파트너이자 대체 공급업체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럭스셰어는 매출의 70% 이상을 애플에서 창출한 반면, 폭스콘의 애플 비중은 50% 미만에 그쳤다. 럭스셰어 매출은 처음 애플 공급사가 된 2011년 25억위안에서 지난해 2140억위안으로 급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럭스셰어가 급성장한 것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선전에 있는 럭스셰어 본사를 직접 방문하는 등 애플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라고 보고 있다. 애플의 ‘탈(脫)중국 공급망’ 요청에 부응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노력을 기울인 것도 회사의 고객 신뢰도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럭스셰어는 2019년 인도 사무소를 세우고 노키아, 모토로라의 현지 공장을 인수했다.

2016년부터는 베트남 공장을 세워 고객사의 오래된 제품군을 제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럭스셰어 경영진은 올해 2월엔 “베트남은 제조업 생산기지를 이전할 최선의 선택지”라며 “신제품 등 까다로운 작업만 중국 본토에서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 품질에 엄격하기로 유명한 애플에 부품을 공급한다는 상징성은 애플 외 고객사를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됐다. 럭스셰어는 2018년 화웨이의 최고 공급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럭스셰어는 이달부터 아이폰 15 시리즈 생산을 시작했다. 애플의 발주량은 역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처음으로 아이폰 프리미엄 라인도 조립할 예정이다. 그간 아이폰 프로 라인 생산을 독점해 온 폭스콘의 독주 체제를 깨뜨리게 되는 것이다.

럭스셰어는 내년 초 출시 예정인 비전 프로의 목표 생산량을 당초 100만 대에서 40만 대로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져 최근 위기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기기에 들어가는 마이크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만족할 만한 수율로 제조하는 데 난관에 부딪혔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FT는 그러나 “럭스셰어는 지금까지 어떤 회사도 못 해본 가장 복잡한 소비자 기기의 제조를 도맡게 됐다는 점에서 충분히 폭스콘의 대항마로 불릴 만하다”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