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정거장 건설에 참여한다. NASA가 조만간 문을 닫게 될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대체할 상업적 우주정거장을 민간 기업들과 함께 개발하기로 한 프로젝트에 합류하기로 하면서다.

에어버스는 2일(현지시간) "보이저(나노랙스의 대주주)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민간 우주정거장 건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보이저는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의 자본력을 토대로 나노랙스의 스타랩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올해 1월 록히드마틴과의 결별 소식을 알리면서 에어버스와의 협력 가능성을 처음 공개했는데, 이날 합작회사 설립을 공식화한 것이다.

2019년 NASA는 지어진 지 23년에 달하는 ISS의 대안 정거장을 민간 자본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구상을 처음 밝혔다. NASA의 지원을 토대로 우주정거장을 세워 우주 탐사 및 연구, 관광 등을 신규 수익원으로 삼으려는 민간 기업들이 속속 해당 사업에 뛰어들었다. 에어버스-나노랙스와 경쟁하는 최대 컨소시엄으로는 블루오리진-보잉이 있다. 미국 방산기업 노스럽그러먼도 우주인 훈련, 과학 프로젝트에 특화된 새로운 플랫폼을 건설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퇴역 이후 우주공간에 남을 ISS를 민간 정거장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NASA는 이들 4개 컨소시엄에 5억5000만달러를 할당해놓고, 각각의 정거장 설계도와 상업적 사용 용례를 검토할 예정이다.

에어버스의 동참 소식으로 유럽 당국은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ISS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러시아가 공동으로 투자했던 국제 협력체다. 하지만 NASA 입찰에 참여한 민간 기업들은 에어버스를 제외하면 전부 미국 기업이다. ISS의 퇴역 이후엔 유럽 당국이 미국 민간 기업이 만든 상업용 우주정거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유럽 당국은 그간 "납세자 세금으로 미국 기업에 이용료를 지불하게 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만 에어버스가 스타랩 프로젝트에 얼마나 많은 재정을 투입할지는 아직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사업은 막대한 투자금이 소요되는 데 반해 상용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미미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에어버스의 한 임원은 "이번 합작회사 설립은 미국 측의 주도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