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안 보면 후회할 겁니다.” 봉준호 감독(사진)이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미키 17’ 개봉을 앞두고 던진 한마디에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미키 17’이 국내 극장가에 훈기를 불어넣는 가운데 한국 감독 연출작으론 처음으로 북미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며 글로벌 흥행 질주에 시동을 걸었다.10일 미국 영화 흥행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미키 17’은 지난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지난 7일 개봉한 뒤 사흘간 북미 3807개 상영관에서 1910만달러(약 277억원)의 티켓 수입을 올렸다. 전 세계 흥행 수입은 5330만달러(약 773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볜하오(編號) 17’이란 제목으로 스크린에 걸린 중국 시장에서도 흥행 중이다. 7일 개봉 첫날부터 중국 박스오피스 5위에 오른 ‘미키 17’은 이날 기준 누적 관객 978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28일 전 세계 최초 개봉한 국내 극장가에서도 열흘 만에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넘어서며 순항하고 있다.‘미키 17’의 초반 돌풍은 일찌감치 예상됐다. 봉 감독은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를 제외하면 선보인 작품이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겨 흥행 타율이 높다는 점에서다. 전작 ‘기생충’으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오스카상)를 동시에 석권한 거장이 1억5000만달러를 쏟아부은 첫 공상과학(SF) 도전작을 들고 왔다는 소식이 극장으로 향하는 발길을 재촉하는 흥행 보증수표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봉 감독 특유의 영화적 미학인 ‘삐딱한 휴머니티(인간성)’가 고스란히 살아 있다는 점도 흥행을 이끄는 요소다. ‘미키 17’은 근 미래 우
이밴 플레이시는 캐나다 출신 극작가다. 플레이시는 1983년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공연 애호가인 어머니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연극을 접하고 아역 배우로 활동했다. 여덟 살 때 예술학교에 진학해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청소년기에 접어들어 자신이 연출과 극작에 더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깨우친 이후 극본을 쓰고 연극을 연출하기 시작했다.대학 졸업 후 그는 영국 런던에 있는 극장 ‘해크니 엠파이어’에 프로듀서로 들어간다. 2010년에는 첫 장편 희곡 ‘그의 어머니’(The Mother of Him)를 발표해 극작가로 데뷔했다. 강간 혐의로 형을 선고받은 아들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머니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인간 본성과 모성애를 탐구한 이 연극은 평단으로부터 극찬받으며 캐나다, 영국 등에서 무대에 올랐다. ‘그의 어머니’로 플레이시는 캐나다 극작가상, 킹스 크로스 어워드 신작 희곡상을 받았다.이후에도 성전환자, 감옥에서 태어난 아기 등 소외된 인물을 조명하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다.구교범 기자
"예상 대기시간 세 시간입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지난해 4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베네치아 비엔날레. 행사장인 자르디니 공원 북부에 들어선 이집트관의 현장 안내 요원이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들한테 이렇게 말했다. 80개 넘는 참가국이 각자 조성한 전시장 중에서도 이집트관은 유독 장사진을 이뤘다. 이유는 하나. 영상과 소리, 설치작업으로 전시장을 무대처럼 꾸민 이집트 작가 와엘 샤키(54)의 존재감 때문이었다.샤키는 이집트 우라비혁명(1897~1882)을 다룬 '드라마 1882'를 당시 선보였다. 70여년간 이어진 영국의 이집트 식민 지배의 단초를 제공한 사건이다. 아랍권 출신인 작가는 이날의 기억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현했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뮤지컬 같은 45분짜리 영상이 관객을 매혹했다"고 평했고, 영국 아트리뷰는 '2024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인' 6위에 샤키를 언급했다.이런 샤키가 한국을 찾았다. 서울 소격동 바라캇컨템포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와엘 샤키: 텔레마치와 다른 이야기들'에 작가가 2000년대에 만든 초기 비디오 작업이 나와 있다. '텔리마치' 시리즈(2007~2009) 등 영상 6점을 비교적 적은 대기시간을 들여 여유롭게 만날 기회다.역사의 통·번역사를 자처하는 샤키의 작업은 '기록된 역사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란 고민에서 출발한다. 이집트 출신인 그는 1970년대 원유 사업이 떠오르던 시절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로 이민 갔다. 베두인족 등 토착 민족의 전통과 현대화의 물결이 충돌하던 시절이다. 서구 중심으로 기록된 역사에 의문을 품은 작가는 아랍 사회의 모순을 화면에 담기 시작했다.이번 전시에 걸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