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개입 경고·제재·서방 압박에 '내정간섭 말라' 콧방귀
세계은행 재정지원 중단…유럽 등 서방국 자국민 대피 추진
니제르 쿠데타 수장 "굴복안해"…미·영 대사관직원 부분 철수(종합)
니제르의 군사정변(쿠데타) 수장이 민주주의 정권 전복을 멈추라는 주변국 요청을 공개적으로 일축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대통령 경호실장은 2일(현지시간)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그 어디에서 오더라도 그 어떠한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티아니 실장은 니제르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한 이날 연설에서 "니제르 내정에 대한 어떠한 간섭도 거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아프리카 15개국 연합체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는 일주일 내에 모하메드 바줌 정권을 복원하지 않으면 무력 사용을 승인하겠다고 지난달 30일 경고한 바 있다.

회원국 국방장관들은 무력 사용 결의 시한이 임박한 이달 2∼4일 나이지리아 아부자에 총집결해 대책 수립에 들어간다.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국들은 ECOWAS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티아니 실장은 ECOWAS가 쿠데타에 책임을 물어 부과한 제재에도 콧방귀를 뀌었다.

쿠데타 주체인 이른바 '조국수호국민회의'(CNSP)를 이끄는 티아니 실장은 "CNSP는 제재를 전반적으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재가 냉소적이고 대단히 부당하다"며 니제르 국방·치안력에 굴욕감을 주고 나라를 통치불능에 빠뜨리려고 설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ECOWAS는 무력 사용 등 개입을 결정하기 전에 외교적 해법을 찾으려고 니제르에 사절을 보내 이번 사태의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저개발국의 빈곤 퇴치와 경제성장을 돕는 국제기구인 세계은행도 니제르 쿠데타 세력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세계은행은 추가 통보가 있을 때까지 민간협력 부분을 제외한 부문에 지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니제르는 아프리카에서 세계은행의 최대 수혜국 가운데 하나로 작년과 재작년 예산에 직접 들어간 자금만 6억 달러(약 8천억원)에 달한다.

세계은행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타도하려는 시도에 경악했다"며 "평화, 안정, 법치는 빈곤 없는 세계를 만드는 기초"라고 지적했다.

티아니 실장이 이끄는 니제르 군부는 지난달 26일 마호메드 바줌 대통령 정권을 축출했다고 선언했다.

그는 선거를 통해 집권한 바줌 대통령을 감금하고 스스로를 국가원수로 자처했다.

서아프리카에서는 최근 2년 동안 부르키나파소, 말리, 기니에서 쿠데타로 친(親)러시아 군사정권이 잇따라 들어섰다.

서방은 권위주의 체제의 확산과 함께 극단주의 무장세력 소탕의 거점이 사라진다는 점 때문에 이런 추세에 상당한 불안을 느낀다.

미국과 프랑스 등은 ECOWAS의 외교적 해결을 기대하면서 만일 사태를 대비해 니제르 내 자국민 안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니제르에 있는 자국민의 대피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 있는 자국 대사관에서 비상 인력이 아닌 직원과 가족을 출국하도록 하는 부분 대피령을 내렸다.

미국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니제르 주재 미국 대사관은 당장 폐쇄하지는 않을 계획이나, 핵심 인원만 남기기로 했다.

대사관은 "일상적인 업무를 중단했고, 니제르내 미국 시민들에 대한 긴급 지원 제공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민주주의로 전환한데다, 미국의 대테러 대응 과정에서 핵심적인 파트너 역할을 해온 니제르에서 외교관을 빼는 일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어려운 결정이라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특히 군부의 쿠데타로 축출당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 선언에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에 직면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정정이 극도로 불안한 험지에 미국 외교관을 방치했다는 국내적 비판 역시 상당한 정치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딜레마에 직면한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 외무부도 현지 안전 상황을 고려해 니제르 주재 대사관의 근무 인원을 잠정적으로 줄이고 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