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콘서트 중고거래 사이트서 '먹튀'
휴가철과 방학을 맞아 온라인 중고 거래를 이용한 '티켓 사기꾼'이 활개를 치고 있다.

구하기 힘든 입장권이 있다며 접근한 뒤 돈만 받고서 잠적해버리는 사기 범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서울에 사는 이모(47)씨는 여름방학에 친구와 롯데월드에 가고 싶다는 중학교 1학년 딸아이를 위해 '롯데월드 매직패스'를 사려고 했다.

이 입장권은 원하는 놀이기구를 탈 때 줄 서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일종의 프리미엄 이용권이다.

정가는 5회권 4만9천원, 10회권 8만9천원으로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방학에 최근 폭염까지 겹쳐 실내인 롯데월드의 인기가 높아져 사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입장권의 수량이 한정돼 구하기 쉽지 않아 부모들이 애를 태운다고 한다.

이 때문에 중고거래 플랫폼엔 10% 정도 웃돈을 얹어 매직패스를 판매하겠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롯데월드 홈페이지에서 이 입장권을 사려다 번번이 실패한 이씨는 2일 중고나라에 접속해 10회권 2장을 장당 10만원에 판다는 게시글을 발견했다.

이씨는 게시글에 댓글을 단 뒤 작성자와 채팅방으로 대화했고 '입금해주면 티켓 QR코드를 전송하겠다'는 말을 그대로 믿고 계좌번호를 받았다.

이씨와 대화하던 게시자는 20만원이 입금되자마자 글을 삭제하고 사라졌다.

보내주겠다던 매직패스도 받지 못했다.

이씨는 4일 "지금 생각해보면 딱 봐도 사기였는데 너무 쉽게 당한 것 같다"며 "너무 괘씸한데 연락처도 모르고 금액도 많지 않아 경찰에 신고해봤자 얼마큼의 실익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게시자의 이름인 '이민○'을 뒤늦게 검색해보니 '이민○을 조심해야 한다.

사기꾼이다'라는 경고글이 잔뜩 떴다.

상습 사기꾼이었던 셈이다.

회사원 김모(29)씨도 당근마켓에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찰리 푸스 내한 공연 티켓을 사려다 수십만원을 날리고 공연도 가지 못하는 낭패를 봤다.

김씨는 공연 티켓 4장을 원가인 62만원에 넘기겠다는 글을 발견해 작성자에 채팅하기 기능으로 말을 걸었다.

상대방은 티켓값을 입금해주면 배송지를 변경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상대방은 계좌번호를 김씨에게 알려주면서 예매 내역은 물론, 자동차 운전면허증까지 보여줘 사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거래 상대방의 사기거래 이력을 점검하는 서비스인 '더치트'에서 계좌번호를 검색했을 때도 특이사항이 없어 입금하기로 했다.

그런데 입금한 후 알려준 전화번호로 통화했더니 "잘못 거셨다"는 응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당근마켓 채팅방에서 부랴부랴 다시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상대방은 새로운 번호를 알려주고는 잠적해버렸다.

김씨는 "친구를 시켜서 상대방에 티켓을 거래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더니 다른 계좌번호와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면서 안 팔렸다고 하더라"며 "내가 보낸 메시지나 전화는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 게시글이 올라왔을 때는 별다른 사기 이력이 없었는데 잠적한 후 7월31일부터 사흘 동안 더치트에 등록된 피해 사례만 40건 정도 되는 것 같다"며 "여러 사람을 상대로 아무 번호나 알려주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2일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중고거래 플랫폼 측은 중고거래 사기의 상당수가 비대면 거래에서 발생하는 만큼 특별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한다.

당근마켓이 올해 3∼6월까지 경찰의 수사 협조가 들어온 신고 사례를 전수 분석한 결과 사기의 87%가 비대면 택배 거래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역시 개인간 거래 시 가능하면 직접 만나서 물품을 받는 게 사이버 사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경찰청은 특정 계좌나 전화번호가 최근 3개월 동안 3회 이상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에 신고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 사기 의심 전화·계좌번호 조회 서비스'도 제공한다.
"귀한 표 있어요"…휴가·방학 맞아 '티켓 사기' 활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