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發 악재' 우려 현실화…쌀 가격 11년 만에 최고치 [원자재 포커스]
인도의 쌀 수출 금지에
방콕 쌀 가격 t당 607.50달러

'11년 만에 최고치'

쌀 가격이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인도 정부가 쌀 수출을 금지한 여파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아시아판은 "태국산 5% 도정 백미 가격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t당 607.50달러에 거래됐다"고 전했다. 태국산 5% 도정 백미 가격은 국제 쌀 가격의 벤치마크로 여겨진다. 태국 쌀의 가격이 t당 600달러를 넘어선 건 2012년 5월이 마지막이다. 11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한 것이다.



이는 지난달 20일 인도 정부가 비(非)바스마티 백미 수출을 전면 금지한 여파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국내 쌀 가격을 낮추고 유통량을 늘리기 위해 쌀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 세계 최대 곡물 운송업체 중 하나인 태국쌀수출협회(TREA)의 추끼앗 오파스옹세 명예회장은 "태국 쌀 가격이 t당 6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됐고, 일주일 만에 태국 쌀 가격은 62.50달러 가량 급등해 t당 607달러를 웃돌았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인도는 연간 평균 2250만t의 쌀을 수출한다. 전 세계 쌀 수출량의 40%로 세계 1위 쌀 수출국이다. 태국의 쌀 수출량은 850만t 가량으로 인도에 이은 2위 국가다.

여기에다 7년 만에 슈퍼 엘니뇨가 다시 나타나면서 쌀 수확량이 부족해질 위험도 커지고 있다. 엘니뇨는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한 태평양 적도 지역의 이상 기온 현상이다. 엘니뇨 영향으로 주요 쌀 생산지인 동남아시아의 강우량이 급감할 수 있다. 쌀 공급 감소 관측으로 인해 세계 쌀 재고량은 2023~2024년 기준 1억7042만t으로 감소해 2017~2018년 수확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출처=닛케이아시아
출처=닛케이아시아
쌀 외에 주식인 밀 가격도 최근 몇 주 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러시아가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허용하는 국제 협정을 탈퇴한 이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국제 밀 가격 벤치마크인 시카고상품거래소의 밀 선물 가격은 7월 말 한때 부셸당 7.70달러를 돌파하며 2월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밀과 기타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글로벌 식량 위기를 자극했지만, 지난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 쌀이 '저렴한 곡물'이란 대체재로서의 역할을 해줬다"며 "하지만 이제는 밀 뿐만 아니라 쌀에 대한 공급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작년보다 더 심각한 식량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