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경. 사진=이현주 기자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경. 사진=이현주 기자
"조금만 더 일찍 오시지. 7월 사전점검 이후로 급전세는 없다고 보면 돼요. 전용 59㎡는 11억원대로, 전용 84㎡는 15억원대로 올라왔습니다. 급전세 대기 수요도 많아서 나오면 바로 나가요."(반포동 A 공인 중개 대표)

입주를 앞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2990가구). 지난달 인근 아파트보다 저렴한 가격의 매물이 쏟아져 부동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한 달 만에 상황은 달라졌다. 7월 사전점검 전후로 급전세 매물들은 모두 빠졌고, 전셋값은 한 달 만에 2억~3억가량 올랐다.

9억원대였던 전용 59㎡ 전세매물, 12억원대까지 올라

5일 반포동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59㎡의 전세매물 호가는 11억~12억원 수준이다. 지난달 만 해도 9억원 후반에 계약이 나왔던 면적대다. 전용 84㎡는 최근까지만해도 12억원 대에 전세거래가 됐지만, 이제는 14억~15억원 수준에 매물들이 나와있다.

인근 단지에 비해 3억원 이상 싸다는 소식이 발빠르게 퍼지면서 세입자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급전세가 7월에 대부분 빠졌다는 게 현장의 얘기다. 지난달 원베일리 전용 84㎡ 전세는 12억원대로 주변 단지에 비해 3억원 이상 저렴했다. 지난 5~6월 '아크로리버뷰신반포' 전용 84㎡ 16억원대, 같은 면적 '반포센트럴자이'는 14억~15억원대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반포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사점 점검 이전부터 급전세 물건들이 나왔는데, 세입자들이 어떻게 소식을 듣고 몰려왔다"며 "전용 59㎡ 전세는 9억원대부터 시작해 10억, 10억5000만원 순으로 빠졌다가 최근 11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한 부동산에 전세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부동산에 전세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입자들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군지의 새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강남 8학군과 밀접했고 학원가도 가깝다. 입주 초창기에 낮은 가격에 들어가면 계약갱신을 사용해 최대 4년까지 거주가 가능하다. 반포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학군지 등을 이유로 강남에 입성하려는 수요는 꾸준하다"며 "현재 전용 59㎡의 경우 10억원대 대기 수요자가 많다"고 귀띔했다.

매물도 넘친다. 원베일리는 신반포3차와 경남을 통합 재건축한 단지다. 입주 시 서초구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아파트가 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지만, 실거주 의무가 없다. 그렇다보니 세입자를 받아 잔금을 조달하려는 집주인들이 많은 편이다.

일명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원베일리 전체 매물 가운데 전·월세 매물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전세보증금으로 주택을 매수한 집주인들이 과반이라는 뜻이다.

아파트 빅데이터 앱 '아실'에 따르면 원베일리 전세 매물은 1448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매물(2789건) 가운데 절반이 전세 물건으로 확인됐다. 서초구 전체 전세 물건(4591건) 중에서도 래미안원베일리 전세 물건은 32%를 차지할 정도다.

원베일리 입주장 효과에…반포동 일대 아파트 전셋값 '뚝'

원베일리 입주장(場) 영향으로 주변 아파트의 전셋값도 동시에 출렁였다. '아크로 리버파크' 전용 84㎡의 경우 지난달 12억12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지난 5월 15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3억원이 떨어졌다. 이 단지 전용 59㎡도 지난달 9억에 전세 계약됐는데, 지난 5월 10억8000만원 대비 1억8000만원 내려간 수준이다.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84㎡ 지난 5~6월 13억~17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0억~22억원) 대비 5억원 이상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매물이 많다보니 전·월세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전셋값은 입주가 마무리되는 시기(11월 중순께까지 입주기간)에는 오르는데다, 매매가가 급등하다보니 연말로 갈수록 전셋값은 상승한다는 전망이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경. 사진=이현주 기자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경. 사진=이현주 기자
실제 원베일리는 매매가에서 연일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용 84㎡는 지난달 15일 45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 단지가 두 달 전 39억2000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해 6억7000만원이 뛰었다. 지난 1월에는 전용 200㎡ 펜트하우스가 100억원에 거래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인근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대규모 입주장이다보니 전셋값이 일시적으로 하락 조정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원베일리는 워낙 매매 가격이 높은데다 지금도 오르는 추세여서 전셋값도 크게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아파트 값은 연일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달 다섯째 주(7월 31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0.07%) 보다 0.02%포인트 오르며, 11주 연속 상승했다. 강남 전체 상승폭은 0.11%로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지역 전셋값도 전주(0.08%)와 비교해 0.09%로, 강남 11개구(0.09%)도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