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아파트보다 6억 저렴?…서울 유일 '남산 숲세권'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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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지공원·약수역 품은 5000가구 대단지 ‘남산타운’
금호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보다 84㎡ 6억 저렴
초품아에 직주근접…‘광화문, 강남 출근’ 신혼 선호
서울 최대 리모델링 단지로 조합설립신청 임박
남산 주변은 고도제한이 있다. 그것도 겨우 28m로, 10층 아파트도 세울 수 없는 높이다. 그런데 남산 동쪽에 18층 높이 아파트가 산 위로 솟아있다. 서울 유일의 '남산 숲세권' 단지인 남산타운이다. 이 단지는 현재 지상 18층, 42개동, 5152가구(임대 2036가구)로 이뤄져 있다. 서울 강북에서 임대까지 합쳤을 때 가구수가 가장 많고 단지도 넓다. '한 번은 떠나도 두 번 떠나긴 어렵다'는 남산타운을 둘러봤다. 남산타운은 동서남쪽이 녹지다. 서쪽은 남산이다. 남산의 연장선인 매봉산이 남쪽에 있다. 동쪽은 단지 안으로 쌈지공원이 ‘주머니’처럼 들어와 있다. 북쪽은 서울 지하철 3·6호선 약수역이다. 이 대단지 주변이 산과 공원으로 둘러쌓여 지금 같은 여름에도 선선한 바람이 분다. 경사지 위쪽 아파트에서는 남산의 광활한 녹지와 남산타워 뷰가 펼쳐져 있다. 남쪽으로는 한강과 압구정 현대아파트, 저 멀리 롯데월드타워와 대모산까지 보일 정도다.
남산타운아파트의 입지는 도시계획상 절묘하다. 남산 주변은 12~28m로 고도가 제한되지만, 18층 남산타운 아파트는 이보다 조금 높은 40m 고도제한이 걸려있다. 단지 서쪽을 지나가는 왕복 4차선 다산로 바로 맞은 편이 12m 고도제한지구로 빌라촌이 들어서 있다. 중구의 남쪽 경계로 투기과열지구인 용산구를 피해간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임대 가구가 2000가구를 넘는다.
남산타운 리모델링 추진준비위 관계자는 “이 아파트의 재개발이 추진된 1990년대 중반에는 서울시가 임대주택 최대 비율인 60%를 임대로 요구할 수 있었다”며 “간신히 줄인 게 약 40% 수준인 2000가구”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숲세권'이면 피해갈 수 없는 단점이 경사다. 약수역에서 내려 남산타운으로 걸으면 평지가 계속되다가 아파트가 시작되는 구역부터 경사지가 나타난다. 단지 중간중간에는 아파트 주민들만 아는 지름길 계단이 있고, 단지 안에 마을버스가 다닌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 단지가 워낙 넓어서 임장을 다닐 때도 차로 다니는 게 유리하다.
남산타운과 쌈지공원을 사이에 두고 동쪽으로 인접한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는 같은 전용 84㎡ 기준 남산타운과의 시세차가 6억원에 달한다. 남산타운은 연초부터 전용 84㎡ 기준 11억~12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2016년 준공된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는 전용 84㎡ 기준 지난 6월 18억원에 거래됐다. 한 공인중개 대표는 “금호동 일대는 신축아파트가 많고 한강 조망권을 갖춰 남산타운과 차이가 벌어진 것”이라며 “남산타운은 실수요자가 많아 금리나 공급리스크에서 안전하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남산타운의 리모델링은 조합설립인가가 코앞이다. 현재 동의율은 65%를 넘어섰다. 약 50가구만 동의하면 조합설립인가 요건(66.7%)을 충족한다. 오는 10월께 리모델링 조합 총회를 갖고 중구에 인가를 신청하면 약 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인가를 마치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된다.
현재 10개 대형 건설사 중에서는 삼성물산과 DL이앤씨를 제외한 모든 건설사들이 현수막을 걸고 수주전에 뛰어들 기세다. 제1차 안전진단→1차 안전성 검토→건축심의→2차 안전성 검토→사업계획 승인→2차 안전진단까지 통과하면 착공하게 된다. 추진준비위는 지금부터 이주·착공까지 짧게 잡아 6~7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걸림돌은 공사비와 안전성 검토 절차다. 추진준비위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 때문에 분담금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어 걱정”이라며 “수직증축을 통해 일반분양분이 늘기 때문에 분담금 부담을 좀 덜 수 있겠지만 안전성 검토라는 문턱을 넘어야한다”고 말했다.
다만 수직증축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는 단지들이 최근 나오면서 수직증축의 현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 10월 강남구 대치동 현대1차 아파트가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공법을 통해 2차 안전성 검토를 넘어서면서 송파구 성지아파트에 이어 수직증축으로 안전성 검토를 통과한 두 번째 단지가 됐다.
국토교통부가 조만간 용역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내력벽 철거 허용도 리모델링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가구 내 내력벽을 철거할 수 있게 되면 거실과 방 3개를 나란히 배치한 4베이 같은 효율적인 평면 설계가 가능해진다. 리모델링에서 하나 우려스러운 점은 상가다. 단지가 워낙 크다보니 상가가 6개다. 리모델링이기 때문에 꼭 상가와 함께 가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합이 설립되면 상가도 협의체를 구성해 협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상가를 리모델링하면 상가 위로 3~4개층을 더 지어야하는데 공실이 늘어날 수 있는 게 문제다. 상가주들 사이에선 아직 리모델링하겠다는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금호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보다 84㎡ 6억 저렴
초품아에 직주근접…‘광화문, 강남 출근’ 신혼 선호
서울 최대 리모델링 단지로 조합설립신청 임박
"광화문과 강남으로 출근하는 젊은 신혼부부가 많아요. 가격도 근처 금호동에 비하면 6억원 가까이 저렴해요. 실거주하는 분들이 많아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은 게 특징이죠. "(서울 신당동 남산타운 인근 공인중개 대표 A씨)
남산 주변은 고도제한이 있다. 그것도 겨우 28m로, 10층 아파트도 세울 수 없는 높이다. 그런데 남산 동쪽에 18층 높이 아파트가 산 위로 솟아있다. 서울 유일의 '남산 숲세권' 단지인 남산타운이다. 이 단지는 현재 지상 18층, 42개동, 5152가구(임대 2036가구)로 이뤄져 있다. 서울 강북에서 임대까지 합쳤을 때 가구수가 가장 많고 단지도 넓다. '한 번은 떠나도 두 번 떠나긴 어렵다'는 남산타운을 둘러봤다. 남산타운은 동서남쪽이 녹지다. 서쪽은 남산이다. 남산의 연장선인 매봉산이 남쪽에 있다. 동쪽은 단지 안으로 쌈지공원이 ‘주머니’처럼 들어와 있다. 북쪽은 서울 지하철 3·6호선 약수역이다. 이 대단지 주변이 산과 공원으로 둘러쌓여 지금 같은 여름에도 선선한 바람이 분다. 경사지 위쪽 아파트에서는 남산의 광활한 녹지와 남산타워 뷰가 펼쳐져 있다. 남쪽으로는 한강과 압구정 현대아파트, 저 멀리 롯데월드타워와 대모산까지 보일 정도다.
남산타운아파트의 입지는 도시계획상 절묘하다. 남산 주변은 12~28m로 고도가 제한되지만, 18층 남산타운 아파트는 이보다 조금 높은 40m 고도제한이 걸려있다. 단지 서쪽을 지나가는 왕복 4차선 다산로 바로 맞은 편이 12m 고도제한지구로 빌라촌이 들어서 있다. 중구의 남쪽 경계로 투기과열지구인 용산구를 피해간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임대 가구가 2000가구를 넘는다.
남산타운 리모델링 추진준비위 관계자는 “이 아파트의 재개발이 추진된 1990년대 중반에는 서울시가 임대주택 최대 비율인 60%를 임대로 요구할 수 있었다”며 “간신히 줄인 게 약 40% 수준인 2000가구”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숲세권'이면 피해갈 수 없는 단점이 경사다. 약수역에서 내려 남산타운으로 걸으면 평지가 계속되다가 아파트가 시작되는 구역부터 경사지가 나타난다. 단지 중간중간에는 아파트 주민들만 아는 지름길 계단이 있고, 단지 안에 마을버스가 다닌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 단지가 워낙 넓어서 임장을 다닐 때도 차로 다니는 게 유리하다.
교통·직주근접 최고지만 학군은 아쉽
남산타운의 입지에 있어 최대 강점은 ‘직주 근접’이다. 서울 오피스 밀집지역인 CBD(중심업무지구)와 GBD(강남업무지구)에 모두 가깝기 때문이다. CBD는 지하철 3호선으로 3정거장, GBD는 4정거장 거리다. 차로는 둘 다 20분 정도 걸린다. 단지 북쪽에 사실상 남산타운만을 위한 6호선 버티고개역이 있고, 북쪽으로는 지하철 3·6호선 약수역이 근처다. 아쉬운 점은 생활 인프라가 조금 약하다는 것이다. 동호초를 낀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이긴 하지만 중·고등학교가 장충중·고밖에 없어서 학군이 형성되지 않았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 대표는 “이 단지의 특징은 신혼부부와 60대가 많다는 점”이라며 “보통 직주근접 때문에 왔다가 초등학교 때까지 머무른 후 전세를 놓고 타 지역 학군지로 가는 케이스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자녀를 대학 보내고 은퇴한 분들이 교통과 숲세권을 보고 세를 놨던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말했다.남산타운과 쌈지공원을 사이에 두고 동쪽으로 인접한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는 같은 전용 84㎡ 기준 남산타운과의 시세차가 6억원에 달한다. 남산타운은 연초부터 전용 84㎡ 기준 11억~12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2016년 준공된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는 전용 84㎡ 기준 지난 6월 18억원에 거래됐다. 한 공인중개 대표는 “금호동 일대는 신축아파트가 많고 한강 조망권을 갖춰 남산타운과 차이가 벌어진 것”이라며 “남산타운은 실수요자가 많아 금리나 공급리스크에서 안전하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서울 최대 리모델링 단지...조합설립 눈앞
남산타운을 가면 입구부터 건설사들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서울 내 최대 재건축 단지가 둔촌주공(과거 5930가구)이었다면, 최대 리모델링 단지는 남산타운이다. 임대 가구를 제외한 3116가구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수직증축을 통해 467가구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추진준비위 관계자는 “2016년 서울시로부터 15% 가구수 확대와 3개층 증축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별도증축도 검토해 볼만하지만 ‘숲세권’을 살리려면 동간 간격을 띄우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그러기 위해선 수직증축이 필연적이다. 8년만 더 기다렸다가 재건축을 하는 게 아니라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건 이 단지의 용적률이 231%에 달하는 탓이다. 제3종일반주거지역인 이 단지의 법적 상한용적률은 300%로,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지어도 일반분양으로 내놓을 수 있는 가구수 증가분은 얼마 안 된다. 거기에 40m 고도제한까지 걸려있어 층수를 확 늘리는 것도 어렵다. 굳이 비싼 공사비를 물어가며 철거하고 새로 건물을 짓는 것보다 리모델링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남산타운의 리모델링은 조합설립인가가 코앞이다. 현재 동의율은 65%를 넘어섰다. 약 50가구만 동의하면 조합설립인가 요건(66.7%)을 충족한다. 오는 10월께 리모델링 조합 총회를 갖고 중구에 인가를 신청하면 약 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인가를 마치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된다.
현재 10개 대형 건설사 중에서는 삼성물산과 DL이앤씨를 제외한 모든 건설사들이 현수막을 걸고 수주전에 뛰어들 기세다. 제1차 안전진단→1차 안전성 검토→건축심의→2차 안전성 검토→사업계획 승인→2차 안전진단까지 통과하면 착공하게 된다. 추진준비위는 지금부터 이주·착공까지 짧게 잡아 6~7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걸림돌은 공사비와 안전성 검토 절차다. 추진준비위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 때문에 분담금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어 걱정”이라며 “수직증축을 통해 일반분양분이 늘기 때문에 분담금 부담을 좀 덜 수 있겠지만 안전성 검토라는 문턱을 넘어야한다”고 말했다.
다만 수직증축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는 단지들이 최근 나오면서 수직증축의 현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 10월 강남구 대치동 현대1차 아파트가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공법을 통해 2차 안전성 검토를 넘어서면서 송파구 성지아파트에 이어 수직증축으로 안전성 검토를 통과한 두 번째 단지가 됐다.
국토교통부가 조만간 용역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내력벽 철거 허용도 리모델링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가구 내 내력벽을 철거할 수 있게 되면 거실과 방 3개를 나란히 배치한 4베이 같은 효율적인 평면 설계가 가능해진다. 리모델링에서 하나 우려스러운 점은 상가다. 단지가 워낙 크다보니 상가가 6개다. 리모델링이기 때문에 꼭 상가와 함께 가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합이 설립되면 상가도 협의체를 구성해 협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상가를 리모델링하면 상가 위로 3~4개층을 더 지어야하는데 공실이 늘어날 수 있는 게 문제다. 상가주들 사이에선 아직 리모델링하겠다는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