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제토 주지아로(왼쪽부터)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CCO 부사장,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 부사장이 지난해 11월 디자인 토크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조르제토 주지아로(왼쪽부터)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CCO 부사장,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 부사장이 지난해 11월 디자인 토크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포르쉐 911처럼 계승하는 디자인을 하면 뜻깊지 않을까 하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부사장)이 지난해 11월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 비전홀에서 열린 토크쇼에서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계획을 밝히면서 한 말이다. 포르쉐 특유의 디자인 정체성이 수십 년의 긴 시간 속에서도 바뀌지 않고 유지되면서도 꾸준한 기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을 짚으면서 현대차도 포르쉐처럼 발전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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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현대차의 '계승하는 디자인' 전략은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1세대 '각 그랜저'를 오마주해 화제가 됐던 7세대 신형 '디 올 뉴 그랜저'는 올해 1~7월 누적 판매량이 7만1501대를 기록해 지난해 판매량이었던 6만7030대를 가뿐히 넘었다.

오는 10일 최초로 제원이 공개되는 현대차의 신형 산타페 '디 올 뉴 산타페'도 과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현대차 갤로퍼의 디자인 유산이 차량 곳곳에 반영됐다. 갤로퍼는 1991년 개발돼 2003년 단종된 현대차의 정통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출시 3개월 만에 3000대 이상 판매, 이후 1년 만에 쌍용차의 코란도를 제치고 국내 SUV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기록을 세웠다.
1세대 갤로퍼 /사진=현대차
1세대 갤로퍼 /사진=현대차
갤로퍼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각진 형태의 강인한 이미지일 것이다. 신형 산타페 또한 갤로퍼의 이러한 특징을 곳곳에 녹였다. 상자 모양의 네모(Boxy)난 매력을 주면서도 전면 헤드램프와 범퍼, 후면 테일램프 등 곳곳에 H 형상의 디자인 등을 적용해 현대차의 정체성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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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산타페를 두고 디자인이 아쉽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지만, 올 하반기 신차 선호도 조사에서 신형 산타페는 당당히 1위에 오르며 흥행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케이카가 플랫폼 틸리언프로를 통해 전국 30~49세 남녀 8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신형 산타페는 중형 SUV 부문에서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차 선호도 1위(61.7%)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구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 1.2 가솔린 5DR ‘포니2’가 전시돼 있다. /현대차 제공
서울 강남구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 1.2 가솔린 5DR ‘포니2’가 전시돼 있다. /현대차 제공

'계승하는 디자인' 전략...그 시작은 1975년 '포니'

현대차의 헤리티지 전략의 시작은 '포니'다. 1975년 첫 양산을 시작한 포니는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첫 차다.

공전의 히트에도 불구하고 많은 차량이 개발되면서 사라졌던 포니 정체성은 최근에 다시 신차에 녹아들고 있다. 전기차 아이오닉5의 각진 그릴과 헤드램프 등은 포니를 오마주한 대표적인 예다. 디자인적으로 전 세계적인 찬사를 받은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카 'N비전74' 또한 포니 디자인을 계승한 미래 차다.
지난 5월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서 열린 ‘현대 리유니온’ 행사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이너가 포니 쿠페 복원 차량에 탑승해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현대차
지난 5월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서 열린 ‘현대 리유니온’ 행사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이너가 포니 쿠페 복원 차량에 탑승해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현대차
역사 속으로 사라진 포니의 흔적으로 찾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포니 쿠페가 그 주인공이다. 현대차는 최근 이탈리아에서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을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차는 포니 쿠페를 첫 양산 스포츠카로 선보이기 위해 시제품을 만들고 양산 직전까지 개발했다. 다만 다만 경제 위기에 따른 사회적 이유로 결국 양산에 이르지 못했고 그 자료마저 유실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헤리티지 전략은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또 미래세대에게는 요즘 화두인 레트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