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는 위헌" 美 머크·존슨앤드존슨 소장 살펴보니 [남정민의 붐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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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서 가장 ‘핫’한 법안입니다. IRA는 말 그대로 급격한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마련한 법안입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약값을 내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미국 공공의료보험기관(CMS)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가격 협상권을 갖고 제약사와 적정한 약값을 정하겠다는 건데, 미국 머크(MSD) 존슨앤드존슨 등 대형 제약사들은 협상이 아닌 ‘갈취’라며 강력히 반대 중입니다. 국내 바이오업계도 IRA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약값 협상대상에 어느 회사의 어떤 약이 포함되는지에 따라 사업개발 전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A라는 약이 협상대상에 포함된다면, 해당 약값은 대폭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서는 할인폭을 25%~60% 가량으로 보고 있습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회사 입장에서는 A약의 바이오시밀러를 만들어봤자 처음부터 받을 수 있는 가격이 이미 낮아졌기 때문에 굳이 연구개발(R&D)을 이어가야 할 명분이 사라진 셈입니다.
만약 A약이 세포·유전자치료제(CGT)라면 CGT 산업의 미래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제약사 입장에선 수십억의 돈을 투자해 힘들게 CGT를 개발해도, 어차피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약값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에 굳이 계속해서 개발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A라는 약이 IRA 협상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방법을 안다면, 이 법안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원래는 협상대상에 포함됐던 A약이 제형 변화 등의 방법을 통해 그 명단에서 제외될 수 있다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그 방법을 아는 기업과 협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MSD와 존슨앤드존슨이 각각 6월, 7월 미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소장을 살펴보며 이들이 왜 그렇게 IRA에 반대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양사가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바는 IRA가 미국 수정헌법 제 5조를 위반한다는 겁니다. 단지 공공을 위한다는 이유로 적정한 보상 없이 자신들의 재산(약 판매로 인한 매출)을 박탈당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MSD의 약 중에서는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가 이르면 오는 9월 1일 제일 먼저 협상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MSD는 CMS와의 협상은 엉터리(sham)라고 적었습니다. 또 만약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약 매출의 186%에서 1900%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하는 것은 ‘과중한 페널티(massive threatened penalties)’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의 소장도 같은 맥락입니다. 얀센의 약 중에서는 대표적으로 혈전치료제 ‘자렐토’가 IRA 사정권에 들어왔습니다.
얀센은 해당 법안이 바이오업계 혁신 환경(innovation ecosystem)을 약화시킨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CMS와의 협상은 자발적인(voluntary) 자리가 아니라 정부에 의해 참여할 수밖에 없는 자리이므로 수정헌법 제1조(발언의 자유)를 위반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민간보험사들이 책정하는 약가도 이번 협상결과를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약사들은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국가보안이나 헬스케어 분야에 있어서는 연방정부의 입김이 세기 때문에 ‘이길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는 평도 나오지만 일단은 위헌소송이라도 제기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소송에서 이길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제형 변화가 그 방법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난 6월 30일 CMS가 발표한 수정 지침(Revised Guidance)에 따르면 두개 이상의 활성 성분(active moieties)을 가진 약물은 신약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고 나와있습니다. 인간 히알루로니디아제를 활용해 기존 정맥주사 제형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화시킬 경우 이 조건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세계에 미국 할로자임과 한국 알테오젠 둘 뿐입니다.
전태연 알테오젠 사업전략 담당전무는 “인간 히알루로니디아제 기술로 제형을 바꿀 경우, 신약 지위를 획득해 출시 이후 11년부터 약가인하 적용 대상이 된다”며 “11년 이후 IRA가 어떤 형태로 남아있을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어쨌든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을 버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할로자임의 기술특허는 미국의 경우 2027년이면 만료된다는 것도 알테오젠에겐 좋은 기회”라며 “CMS의 수정 지침 발표 이후 협력사들이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만큼 추가 기술이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기사는 2023년 8월 4일 18시17분 <한경 BIO Insight> 온라인 사이트에 게재되었습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약값을 내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미국 공공의료보험기관(CMS)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가격 협상권을 갖고 제약사와 적정한 약값을 정하겠다는 건데, 미국 머크(MSD) 존슨앤드존슨 등 대형 제약사들은 협상이 아닌 ‘갈취’라며 강력히 반대 중입니다. 국내 바이오업계도 IRA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약값 협상대상에 어느 회사의 어떤 약이 포함되는지에 따라 사업개발 전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A라는 약이 협상대상에 포함된다면, 해당 약값은 대폭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서는 할인폭을 25%~60% 가량으로 보고 있습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회사 입장에서는 A약의 바이오시밀러를 만들어봤자 처음부터 받을 수 있는 가격이 이미 낮아졌기 때문에 굳이 연구개발(R&D)을 이어가야 할 명분이 사라진 셈입니다.
만약 A약이 세포·유전자치료제(CGT)라면 CGT 산업의 미래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제약사 입장에선 수십억의 돈을 투자해 힘들게 CGT를 개발해도, 어차피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약값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에 굳이 계속해서 개발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A라는 약이 IRA 협상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방법을 안다면, 이 법안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원래는 협상대상에 포함됐던 A약이 제형 변화 등의 방법을 통해 그 명단에서 제외될 수 있다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그 방법을 아는 기업과 협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MSD와 존슨앤드존슨이 각각 6월, 7월 미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소장을 살펴보며 이들이 왜 그렇게 IRA에 반대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양사가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바는 IRA가 미국 수정헌법 제 5조를 위반한다는 겁니다. 단지 공공을 위한다는 이유로 적정한 보상 없이 자신들의 재산(약 판매로 인한 매출)을 박탈당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MSD의 약 중에서는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가 이르면 오는 9월 1일 제일 먼저 협상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MSD는 CMS와의 협상은 엉터리(sham)라고 적었습니다. 또 만약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약 매출의 186%에서 1900%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하는 것은 ‘과중한 페널티(massive threatened penalties)’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의 소장도 같은 맥락입니다. 얀센의 약 중에서는 대표적으로 혈전치료제 ‘자렐토’가 IRA 사정권에 들어왔습니다.
얀센은 해당 법안이 바이오업계 혁신 환경(innovation ecosystem)을 약화시킨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CMS와의 협상은 자발적인(voluntary) 자리가 아니라 정부에 의해 참여할 수밖에 없는 자리이므로 수정헌법 제1조(발언의 자유)를 위반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민간보험사들이 책정하는 약가도 이번 협상결과를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약사들은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국가보안이나 헬스케어 분야에 있어서는 연방정부의 입김이 세기 때문에 ‘이길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는 평도 나오지만 일단은 위헌소송이라도 제기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소송에서 이길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제형 변화가 그 방법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난 6월 30일 CMS가 발표한 수정 지침(Revised Guidance)에 따르면 두개 이상의 활성 성분(active moieties)을 가진 약물은 신약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고 나와있습니다. 인간 히알루로니디아제를 활용해 기존 정맥주사 제형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화시킬 경우 이 조건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세계에 미국 할로자임과 한국 알테오젠 둘 뿐입니다.
전태연 알테오젠 사업전략 담당전무는 “인간 히알루로니디아제 기술로 제형을 바꿀 경우, 신약 지위를 획득해 출시 이후 11년부터 약가인하 적용 대상이 된다”며 “11년 이후 IRA가 어떤 형태로 남아있을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어쨌든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을 버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할로자임의 기술특허는 미국의 경우 2027년이면 만료된다는 것도 알테오젠에겐 좋은 기회”라며 “CMS의 수정 지침 발표 이후 협력사들이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만큼 추가 기술이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기사는 2023년 8월 4일 18시17분 <한경 BIO Insight> 온라인 사이트에 게재되었습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