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학원·佛파스퇴르연구소 19년만에 결별…"디커플링 신호"
중국과학원과 세계 최대 연구기관 중 하나인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가 19년간 이어온 협력을 종료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국과 서방 간 디커플링(분리)의 또 다른 신호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중국과학원 상하이 파스퇴르연구소'는 조용히 간판을 '중국과학원 상하이 면역·감염 연구소'로 바꿔 달았다.

같은 날 이 연구소의 홈페이지도 이름을 바꿨다.

이는 거의 20년간 이어져 온 중국과학원과 파스퇴르연구소의 협력이 끝났음을 의미한다.

앞서 파스퇴르연구소는 2004년 중국과학원과 합작으로 상하이 파스퇴르연구소를 설립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중국을 강타한 직후 중국이 프랑스의 도움으로 사스와 조류인플루엔자 등 대응이 시급한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기 위해 세워졌다.

이후 이 연구소는 중국과 프랑스 간 과학 외교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 3월 파스퇴르연구소는 중국과학원과의 파트너십을 종료하기로 지난해 12월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SCMP는 중국과학원 상하이 파스퇴르연구소가 설립 후 10여년간 프랑스를 중심으로 저명 해외 과학자들이 대거 참여하며 백신 개발 등에서 중요한 성과를 냈지만, 최근 몇년간 예산 부족과 인재 이탈, 운영에 대한 비판 속에서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이어 해당 연구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2015∼2022년 연구소장을 맡은 탕훙의 권위적인 운영방식에 대한 불만이 컸고 최근 5년간 많은 연구원이 떠났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미국 미생물학회가 발행하는 '바이러스학 저널'(Journal of Virology)에 2016년 중국에서 가장 많은 10편의 논문을 게재했던 이 연구소는 2019년과 2021년에는 겨우 1편밖에 게재하지 못했다.

결국 중국과학원 상하이 파스퇴르연구소는 25개 국가·지역에서 33개 연구소를 거느린 파스퇴르연구소 네트워크에서 활동이 미약한 연구소로 전락했다.

SCMP는 "중국과학원과 파스퇴르연구소의 결별을 두고 과학·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서방과 디커플링을 하는 또 다른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이 현재 과학 분야에 많은 자원을 쏟아부으며 전력을 다하는 상황에서 해당 연구소의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일부 과학자들이 지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홍콩대 보존 생물학자 앨리스 휴는 SCMP에 중국이 이제는 과학 강국이 됐기 때문에 중국과학원이 더 이상 외국 기관과의 협력에 별 가치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