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장위뉴타운 다시 분위기 '반전'…가장 핫한 재개발 구역은
2005년 서울 최대규모 추진했지만 금융위기 겹쳐 ‘반쪽’ 오명
최근 일제히 재시동…경전철 동북선에 GTX까지 교통호재 품어
4구역 2025년 입주, 6구역 연내 분양…8·9·12구역 공공개발로

‘장위뉴타운’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2005년이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일대 약 186만7000㎡를 15개 구역으로 나눠 2만4000여 가구 아파트를 짓겠다는 서울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으로 출발했다.
장위4구역(장위자이 레디언트) 공사현장 사진.  /한경DB
장위4구역(장위자이 레디언트) 공사현장 사진. /한경DB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계획이 뒤틀렸다. 정비구역 해제 열풍이 이어지며 사업 규모가 반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랬던 장위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각 구역이 일제히 다양한 방식으로 재개발에 재차 시동을 걸고 있어서다.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까. 장위동을 한 바퀴 둘러봤다.

더블역세권 돋보이는 6구역

장위뉴타운은 크게 두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서울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을 기준으로 1·6호선 석계역 방면인 동쪽 지역엔 장위 1~8구역이 있다. 반대편인 상월곡역으로 가는 길에 나머지 9~15구역이 있다. 두 지역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동쪽은 평지인데 서쪽은 다소 경사가 있다. 동쪽엔 이미 입주까지 마친 단지가 적지 않았지만 서쪽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다.
'반쪽' 장위뉴타운 다시 분위기 '반전'…가장 핫한 재개발 구역은
돌곶이역 3번 출구에서 내려 안쪽으로 조금만 걷다 보면 장위 4구역이 나온다. 작년 12월 청약을 받은 ‘장위자이 레디언트’(2840가구)가 들어서는 곳이다. 일반공급 956가구 모집에 4479명이 몰리며 평균 청약 경쟁률 4.69대 1을 기록한 단지다.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고, 입주는 2025년 예정이다.

4구역 바로 오른쪽엔 6구역이 있다. 철거가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다. 대우건설이 이곳에 지하 3층~지상 33층, 15개 동, 1637가구 규모의 ‘라디우스 파크 푸르지오’를 지을 예정이다. 연내 분양이 예상된다. 6구역의 최대 장점은 더블 역세권이라는 점이다. 6구역과 맞닿아 있는 석계역은 1호선과 6호선이 동시에 지나는 환승역이다.

4개 구역, 4725가구 입주 마쳐

6구역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이미 입주를 마친 단지가 연이어 나온다.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1구역·939가구), 꿈의숲코오롱하늘채(2구역·513가구),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5구역·1562가구), 꿈의숲아이파크(7구역·1711가구) 등이 이미 빽빽한 아파트촌을 형성하고 있다. 규모 면에서 볼 때 꿈의숲아이파크가 ‘대장주’로 통한다. 시세는 전용면적 84㎡ 기준 10억원대다.
꿈의숲아이파크(장위7구역) 전경.  /한경DB
꿈의숲아이파크(장위7구역) 전경. /한경DB
이 동네의 경우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선호도가 특히 높다고 한다. 단지에 따라 장곡초, 장월초, 선곡초 등에 배정되는데, 모두 가까이에 있다. 월드컵공원과 올림픽공원에 이어 서울에서 세 번째로 큰 녹지공원인 북서울꿈의숲도 인접해 있다. 장위뉴타운 북동쪽 끝에 있는 3구역의 경우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 사업에 별다른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장위 8·9구역 재정비촉진지구 편입 관련 현수막.  /한경DB
장위 8·9구역 재정비촉진지구 편입 관련 현수막. /한경DB
장위뉴타운의 중심부에는 8구역과 9구역이 있다. 이 구역들은 공공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2017년 사업성 부족 등의 이유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2021년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2차 후보지에 선정되며 ‘부활’에 성공했다. 8구역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9구역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맡는다. 두 구역에서 공동주택 약 46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2028년 입주가 목표다.

사업 속도 내는 14·15구역

돌곶이역에서 상월곡역으로 가는 쪽에 있는 장위뉴타운 서부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다. 단계가 가장 많이 진척된 곳은 14구역이다. 현재 건축심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14구역은 일대가 구릉지라 사업성이 낮을 수 있다는 이유로 그동안 사업 속도가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작년 4월 14구역의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가결하며 속도가 조금씩 붙을 전망이다. 최고 25층, 2500가구 규모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장위15구역 전경.  /한경DB
장위15구역 전경. /한경DB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지역은 15구역이다. 서울시는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라 2018년에 15구역을 정비구역에서 직권으로 해제했다. 2021년 해제처분 무효 소송에서 승리해 사업 물꼬를 튼 데 이어, 작년 3월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등 사업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선 15구역이 14구역보다 더 빠르게 재개발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과거 정비구역이 해제된 이후 사업이 지지부진하던 당시, 15-1구역이 독자적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한 것과 관련한 소송전이 남아 있는 게 변수로 꼽힌다. 15구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15구역은 상월곡역 역세권이라 입지가 좋은 데다 현재 조합의 사업 의지가 특히 강하다”며 “현재 급매물은 거의 빠졌다고 봐도 무방한데, 프리미엄은 3억원 정도에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전광훈 리스크 털어낸 10구역도 주목

‘전광훈 리스크’를 어느 정도 벗어던진 10구역도 주목받고 있다. 10구역 안엔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가 있다. 서울시 토지수용위원회가 결정한 교회 부지의 가치는 85억원이었다. 하지만 교회 측은 563억원을 보상금으로 요구했다. 조합은 이후 500억원을 주기로 합의했지만, 교회 측은 이주를 이행하지 않았다. 10구역 일대는 현재 이주와 철거가 완료돼 사랑제일교회만 외딴섬처럼 덩그러니 남아 있는 상태다.

이에 조합은 지난 5월 사랑제일교회 부지를 빼고 재개발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인허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등의 어려움은 있지만 전광훈 리스크를 털어낸 만큼 후속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돌곶이역과 가까워 입지가 좋고 총 2004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만 1495가구에 달해 사업성이 우수하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뉴타운 가장 북서쪽에 있는 12구역은 2021년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 정비구역에서 완전히 해제된 11구역과 13구역도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돌곶이역~상월곡역과 맞닿아 있는 11구역은 역세권활성화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면적이 가장 넓은 13구역의 경우 각 세부 구역별로 가로주택정비사업(모아주택)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전철·GTX 호재 주목

현재 장위뉴타운의 메인 교통망은 6호선이다. 6호선은 서울 주요 업무지역을 지나지 않는 노선이다. 이곳의 교통 여건은 좋지 않은 편이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각종 교통 호재가 예정돼 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경전철 동북선이 대표적이다. 왕십리역과 상계역을 잇는 노선으로 2026년 개통 예정이다.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동북선의 16개 역 중 7개 역이 환승역”이라며 “장위뉴타운 일대 교통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경전철 동북선 공사현장.  /한경DB
경전철 동북선 공사현장. /한경DB
장위역(가칭)과 신미아역, 우이천역 등이 장위뉴타운 일대에 들어설 예정이다. 북쪽에 자리 잡고 있어 6호선과 거리가 있는 2·3·12·13구역 등이 특히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평가다. 현재 가장 구석에 있어 입지가 안 좋다고 평가받는 12구역의 경우 신미아역 역세권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전망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이 광운대역을 지나가는 것도 호재로 꼽힌다. GTX-C 노선은 왕십리역과 삼성역, 양재역 등을 지나 주민의 강남 접근성이 한층 좋아질 전망이다. 물론 광운대역은 장위뉴타운과 바로 붙어있진 않고 월계1동을 지나야 나온다. 뉴타운 동편에 있는 1~8구역에 특히 호재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