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레이첨단소재가 국내 설비 증설 및 지분 매입에 올해 3000억원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시황 악화로 석유화학 기업들이 움츠러든 가운데 이례적으로 ‘나홀로 투자’에 나섰다. 투자 규모를 작년에 비해 세 배 이상 늘렸다.

도레이첨단소재 '나홀로 투자' 결단…증설에 3000억
6일 업계에 따르면 도레이첨단소재는 올 하반기 경북 구미공장의 필름라인을 증설하기 위해 막바지 투자 검토에 들어갔다. TV 등 가전 수요 악화로 주요 기업이 필름 사업부를 매각하거나,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것과 다른 행보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은 납품량이 줄었지만 경기 회복에 따라 TV 등 수요도 살아날 것으로 본다”며 “다른 기업들이 필름에 소극적일 때 선제 투자로 향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올해 예정된 총투자 규모(3000억원)는 예년보다 많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인 2020년엔 1700억원을 투자했고, 2021년엔 1900억원, 2022년엔 900억원을 집행했다. 2021~2022년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줄였다.

통상 석유화학 기업은 시황이 좋은 시기에 투자를 늘리고, 지금처럼 침체기가 오면 투자를 확 줄이는 대신 비용 관리에 주력한다. 시황이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어 주로 현금을 쥐고 있다가 추후 투자를 결정하곤 한다. 중국 석유화학기업들이 잇따른 증설로 자급률을 크게 높여 국내 기업은 투자 결정에 더 신중한 모습이다.

업계는 이런 관점에서 도레이첨단소재의 ‘나홀로 투자’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의 투자 내역을 보면 범용성 제품이 아닌 기술 특화 제품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2월엔 전북 군산공장의 폴리페닐렌설파이드(PPS) 수지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PPS는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플라스틱으로 강도가 높고 열에 강해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불린다. 지난달엔 경북 구미공장의 탄소섬유 설비를 증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도레이그룹은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투자금엔 지난 3월 이뤄진 수처리 시설 운영관리(O&M) 전문기업 한미엔텍 인수금도 포함됐다. 6월엔 배터리용 분리막 기업 도레이배터리세퍼레이터필름한국(TBSK) 지분 70%를 일본 본사로부터 매입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