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 중엔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과중하다는 점도 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출은 줄어드는데 설비, 인력 등에 쓰는 고정비 부담은 줄이기 어려운 특성 때문에 수익성 악화가 고착화한다는 분석이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마트의 지난해 판매비와 관리비는 8조1870억원으로, 전체 매출(29조3324억원)의 27.9%를 차지했다. 전년(25.7%)보다 비중이 2.2%포인트 늘었다.

판관비 중 가장 비중이 큰 인건비(급여)가 전년 대비 25%가량 급증한 결과다. 이마트는 2007년 이후 캐셔(계산대 직원) 직군을 전부 정규직화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캐셔를 100% 정규직화한 곳은 세계에서 한국뿐”이라고 말했다.

아마존 등 글로벌 유통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앞다퉈 오프라인 매장을 캐셔리스(무인 결제) 시스템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아마존은 2017년 인수한 식료품 체인 홀푸드 매장에 손바닥 결제 기술인 ‘아마존 원’을 연말까지 적용할 예정이다.

캐셔리스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근로 유연성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직고용 비중이 높은 국내 유통업체에는 언감생심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홈플러스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폐점 등 구조조정에 따른 갈등으로 노조와 단체협약 교섭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최근 이익을 내기 시작한 e커머스업계 1위 쿠팡도 ‘고정비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