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입밖에 꺼내지도 마”…학자들 압박하는 中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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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보도 "나쁜 뉴스에도 긍정 해석 내라 압박"
"인터뷰서 리스크 언급하면 TV 방영 안돼"
中당국, 평판에 집착…"부양책보다 효과 커"
"인터뷰서 리스크 언급하면 TV 방영 안돼"
中당국, 평판에 집착…"부양책보다 효과 커"
중국의 국영 싱크탱크와 주요 대학 소속 경제학자들이 정부로부터 ‘디플레이션 가능성’ 등 자국 경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을 자제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종식된 뒤에도 경제 반등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자 글로벌 시장에서 외면될 것을 두려워한 중국 정부가 조바심을 내는 모양새다.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7명은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고용주(자신이 소속된 기관)들로부터 특정 주제에 관해서는 공개적인 토론을 금한다는 지침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부에 자문을 제공하는 싱크탱크 소속 학자 두 명과 증권사 이코노미스트 두 명은 당국으로부터 “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경제 관련 뉴스를 긍정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한 고문은 “당국은 경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코멘트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그들은 나쁜 뉴스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압력은 심지어 국영 언론에 의해 행해지기도 한다. 상하이의 주요 금융 기관 소속 한 경제학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디플레이션이나 다른 경제적 위험 요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젠 사전 녹화된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하면 TV 방송본에선 모두 잘린다”고 했다.
전 세계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의 공식 통계는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발표된 수치 자체보다는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분위기를 인지한 중국 당국이 선제 검열에 나선 셈이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중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있다”고 공개적인 지적에 나섰다. 선전 규제 당국도 “중국 증시에 향후 몇 년간 모멘텀을 잃을 것”이라고 진단한 자오상증권에 “엄밀한 분석에 실패했다”며 경고장을 날렸다. 중국 항셍은행의 댄 왕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회복에 있어 (투자자들로부터의) 신뢰는 정부 주도의 경기 부양책보다 더 큰 역할을 한다”며 현지 당국이 대외 평판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석했다. 오리엔트캐피털리서치의 앤드류 콜리어 매니징디렉터는 “전 세계가 중국의 경기 둔화를 우려하고 있는 와중에 중국은 언제나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이길 원하고, 지도부는 대외 이미지에 특히 민감하다”며 “이 세 가지 요소가 매우 불투명한 경제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올해 2분기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0.8%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지난 6월 7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역시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됐다. 씨티그룹은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지수를 고려할 때 “중국이 이미 디플레이션 구간에 진입했다”고 평했다.
중국 정부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푸링후이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디플레이션은 중국에 존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개 발언과 달리 학자들의 실제 견해는 이와 정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고 권위의 싱크탱크인 국가정보센터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했던 판젠핑은 최근 비공개 석상에서 “공식 통계를 신뢰할 수 없으며, 중국은 디플레이션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7명은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고용주(자신이 소속된 기관)들로부터 특정 주제에 관해서는 공개적인 토론을 금한다는 지침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부에 자문을 제공하는 싱크탱크 소속 학자 두 명과 증권사 이코노미스트 두 명은 당국으로부터 “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경제 관련 뉴스를 긍정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한 고문은 “당국은 경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코멘트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그들은 나쁜 뉴스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압력은 심지어 국영 언론에 의해 행해지기도 한다. 상하이의 주요 금융 기관 소속 한 경제학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디플레이션이나 다른 경제적 위험 요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젠 사전 녹화된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하면 TV 방송본에선 모두 잘린다”고 했다.
전 세계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의 공식 통계는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발표된 수치 자체보다는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분위기를 인지한 중국 당국이 선제 검열에 나선 셈이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중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있다”고 공개적인 지적에 나섰다. 선전 규제 당국도 “중국 증시에 향후 몇 년간 모멘텀을 잃을 것”이라고 진단한 자오상증권에 “엄밀한 분석에 실패했다”며 경고장을 날렸다. 중국 항셍은행의 댄 왕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회복에 있어 (투자자들로부터의) 신뢰는 정부 주도의 경기 부양책보다 더 큰 역할을 한다”며 현지 당국이 대외 평판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석했다. 오리엔트캐피털리서치의 앤드류 콜리어 매니징디렉터는 “전 세계가 중국의 경기 둔화를 우려하고 있는 와중에 중국은 언제나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이길 원하고, 지도부는 대외 이미지에 특히 민감하다”며 “이 세 가지 요소가 매우 불투명한 경제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올해 2분기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0.8%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지난 6월 7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역시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됐다. 씨티그룹은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지수를 고려할 때 “중국이 이미 디플레이션 구간에 진입했다”고 평했다.
중국 정부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푸링후이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디플레이션은 중국에 존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개 발언과 달리 학자들의 실제 견해는 이와 정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고 권위의 싱크탱크인 국가정보센터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했던 판젠핑은 최근 비공개 석상에서 “공식 통계를 신뢰할 수 없으며, 중국은 디플레이션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