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타수는 프로 세계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꿈의 수치다. 세계 최고 골프 투어로 불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조차 기록집에 ‘매직 스코어’로 표현할 정도다. PGA투어 100년 역사에서 50대 타수가 나온 건 12번뿐. 8~9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대기록이란 점에서 홀인원과 앨버트로스보다 진귀한 기록으로 꼽힌다.

말이 ‘50대 타수’지 대부분은 59타다. PGA투어에서 나온 12번의 50대 타수 기록 중 11번이 59타였다. 58타는 짐 퓨릭(53·미국)이 2016년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적어낸 게 유일하다. 당시 퓨릭은 이글 1개와 버디 10개로 대기록을 썼다.

이런 꿈의 스코어가 LIV 골프에서 나왔다. 주인공은 ‘괴력의 장타자’ 브라이슨 디섐보(30·미국). 디섐보는 7일(한국시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에 있는 화이트설퍼스프링스 올드화이트앳그린브라이어(파70·7152야드)에서 열린 LIV 골프 시리즈 10차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13개와 보기 1개를 묶어 12언더파 58타를 쳤다.

LIV 골프 시리즈에서 50대 타수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58타는 세계 주요 리그를 통틀어선 네 번째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김성현(25)과 이사카와 료(32·일본)가 한 번씩 쳤다. 디섐보를 포함해 4명 모두 파70 코스에서 12언더파를 기록했다. 국내에선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2부 스릭슨투어 16회 대회 예선에서 허성훈(20)이 딱 한 번 58타를 쳤다.

세계 프로골프 18홀 최소타는 57타로 알려져 있는데, 1부 투어는 아니었다. 2019년 유럽 3부 투어인 알프스투어 케르비노오픈에서 데이비드 캐리(27·아일랜드)가 57타를 기록했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겠다며 무리하게 몸을 불렸다가 각종 부상에 시달린 디섐보는 최근 장타 전쟁에서 발을 빼겠다며 ‘벌크업’ 전의 몸매로 돌아왔다. 그런데도 여전히 340야드에 달하는 장타를 앞세워 출전하는 대회마다 폭격을 이어가고 있다. 디섐보는 장타에 정교함을 더해 이날만 버디를 13개나 뽑아냈다. 4연속 버디쇼도 두 번이나 펼쳤다. 파를 기록한 홀은 4개뿐이었다. 8번홀(파3)에서 나온 보기만 없었다면 ‘빅리그’ 골프 사상 처음으로 57타를 칠 뻔했다.

하루에만 12언더파를 몰아치니 대적할 상대가 없었다. 2라운드까지 공동 3위(11언더파)였던 디섐보는 최종합계 23언더파 187타를 적어내 2위 미토 페레이라(28·칠레)를 6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은 400만달러(약 52억원)다. 디섐보가 LIV 골프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PGA투어를 포함하면 2021년 3월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 후 2년5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했다.

지난해 12월 부친상을 당한 후 처음 우승컵을 든 디섐보는 “오늘 (아버지는) 나와 함께 있었다”며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멋진 순간이다. 말문이 막힐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열심히 노력했기에 이런 특별한 순간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고 기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