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30억 달러(약 56조원)에 화이자 품에 안기며 ‘메가딜’의 주인공이 된 항체약물접합체(ADC) 강자 시젠이 미국 머크(MSD)와 공동개발 중이던 신규 후보물질 연구개발을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젠은 MSD와 공동개발 중인 라디라투주맙 베도틴(LV)에 대한 연구개발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최근 밝혔다.
시젠 측은 LV의 안전성과 효능은 확인했지만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미뤄볼 때 개발을 지속하기 위해선 더 우수한 효능이 필요하다고 개발 중단에 대해 설명했다. 효능면에서 경쟁제품 대비 명확한 이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이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판단된다.

LV는 시젠의 최신 ADC 기술을 적용한 후보물질로 전이성 유방암과 흑색종, 전립선암, 난소암, 자궁암 및 자궁경부암에서 발현되는 아연수송체 LIV-1을 표적한다. 같은 적응증 내에서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제품으론 ‘트로델비(길리어드)’가 꼽힌다.

시젠은 화이자에 인수됐지만 LV는 MSD와 공동개발 중이던 후보물질이었다. MSD는 키트루다와의 병용요법으로 LV를 개발하기 위해 시젠에 16억 달러를 투자했다. 회사측은 “LV의 개발은 중단되지만 MSD와의 협력은 계속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엔허투’(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의 성공신화로 ADC는 신약개발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시젠은 파드세브(엔포르투맙 베도틴)과 티브닥(티소투맙 베도틴), 애드세트리스(브렌툭시맙 베도틴·사진) 등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ADC 3종을 보유한 강자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엔 ADC의 상승세를 꺾는 소식이 잇달아 들려오고 있다. 지난 6월 시젠의 애드세트리스는 주력 적응증인 호지킨림프종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일대일 비교 임상에서 ‘옵디보’(니볼루맙·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에 패배했다.

부작용 때문에 투약을 중단하는 비율도 애드세트리스를 투약한 환자군에서 더 높았고, 1년 동안 재발 없이 진행한 비율도 옵디보가 더 높았다. 효능과 안전성 양쪽에서 경쟁약에 밀린 것이다. 제약업계는 옵디보 대비 약 10배 정도 더 비싼 애드세트리스의 약가까지 고려해 ‘완패’로 평가했다.

시젠은 LV의 임상개발은 중단됐지만 다른 ADC 2종에 대한 임상 3상을 하반기 중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3분기엔 HER2 양성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 대상으로 ‘디사타맙 베도틴’과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MSD)을 함께 쓰는 병용요법을 표준치료법과 비교하는 임상 3상을 시작한다. 4분기엔 인테그린 베타6(ITGB6) 표적 ADC인 ‘SGN-B6A’의 단독요법을 표준치료법(도세탁셀 등)과 비교하는 임상 3상을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8월 7일 15시 50분 <한경 바이오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