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펀드 관리 수수료를 환급하는 등 기관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출혈 경쟁에 나서고 있다.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고육지책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몇달 사이에 CVC캐피털 파트너스를 비롯해 아르디안, TPG, 신벤 등 우량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기관투자자들에 관리 수수료 할인 등 파격 제안을 늘리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들 중 일부는 당초 펀드 매니저 몫인 관리 수수료의 일부를 환급하는 형태로 대형 기관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공동투자(co-investment) 지분을 늘리는 조건을 내거는 운용사도 있다. 공동투자란 사모펀드 운용사가 기업 인수에 나설 때 기관투자자가 함께 참여해 해당 기업의 소수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거래를 말한다. 기관투자자가 직접 투자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역시 운용사에 수수료를 줄 필요가 없다. 관리 수수료 차등화 정책도 도입됐다. CVC는 다른 투자자들에는 평균 1.5% 가량의 관리 수수료를 부과하지만, 대형 투자기관에는 1.375% 수수료를 청구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운용사의 거래를 자문하는 투자은행 레이몬드 제임스의 한 이사는 "대부분의 우리 고객사(사모펀드 운용사)가 기관투자자들이 가능한 빨리, 많은 투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각종 유인책을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관투자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된 것은 코로나19와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금리 인상) 등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큰손 우위의 시대'…기관투자자 모시기 출혈경쟁 나선 펀드
사모펀드 업계와 기관투자자들은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당시 유동성이 급격히 늘면서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작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시작된 긴축 정책으로 인해 기존 투자를 회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거품' 논란이 일 정도로 지나치게 고평가됐던 기업들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자금 할당 기준을 엄격하게 높이고 있다.

베인앤컴퍼니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펀드 모금액이 전년 동기보다 35% 줄어든 5170억달러에 그쳤다"고 밝혔다. 해당 조사에 의하면 올해 전 세계 사모펀드 업계에는 운용사가 3달러를 조달할 때마다 기관투자자는 1달러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베인앤컴퍼니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악의 시장 불균형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기관투자자들이 사모펀드 분야에 대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투자자들이 사모펀드 운용사에 내야 하는 수수료는 통상 2% 내외의 관리 수수료, 20% 이상의 성과 인센티브 등으로 금융서비스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운용사들의 수수료 할인 경쟁은 차제에 기관투자자들의 총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