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GDP 1% 국가 재정 투입해야"…전문가의 제언 [연금개혁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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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우 자본연 연구위원 '공적연금의 재정방식과 연금개혁'
미래세대의 연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국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연금기금의 고갈 시점을 늦추는 수준을 넘어 70년 뒤에도 안정적인 적립금이 유지될 수 있도록 보험료율 인상·운용수익률 개선·재정 투입이 어우러진 '패키지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공적연금의 재정방식과 연금개혁' 보고서를 통해 "적립금의 고갈과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을 전제로 하는 개혁안으론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 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연금개혁 추진을 위해 운영 중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산하 기금운용발전위원회와 국회가 여야 합의로 구성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에 모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다.
남 위원은 이 보고서를 통해 기금의 고갈과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을 전제로 이뤄지는 연금개혁 논의의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금개혁의 목표를 고갈 시점을 얼마 간 늦추는데 둘 것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적립금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 부과방식 전환이 필요 없을 정도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주장의 핵심 원인은 '세대 간 형평성'이다. 올해 3월 정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5차 재정계산에 따르면 2055년 기금 고갈 이후 그 해 보험료 수입으로 그해 지출을 충당하는 부과방식으로 전환 시 부과방식비용률은 26.1%에 달한다. 2055년 즈음 국민연금을 납부하고 있을 미래세대는 소득의 26% 이상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납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남 위원은 "퇴직연금, 건강보험 등 다른 사회보험을 감안하면 이는 부담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며 "인구가 감소하고 인구 구조가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부과방식은 답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의 대안으로 그가 제시하는 것은 캐나다연금(CPP)가 채택하고 있는 '정상상태적립(steady state funding)' 방식이다. CPP는 1998년 연금개혁을 통해 향후 75년 간 적립금이 연간 급여 지출액의 5~6배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최소보험료율과 목표수익률을 설정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위해 당시 6.4%였던 보험료율을 9.9%로 높였고, 독립된 전문 운용기관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를 설립했다. CPP는 통상 5년에 한번 재정계산을 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3년마다 재정계산을 통해 재정 상황을 점검하고, 제도를 미세 조정하고 있다.
한국 역시 CPP의 모델을 참고해 국민연금 적립금이 70년 뒤에도 고갈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남 위원의 주장이다. 남 위원이 공개한 국민연금연구원의 ALM(자산·부채종합관리)분석에 따르면 70년 뒤 국민연금 적립금이 연간 연금지출의 10배로 유지되기 위해선 4%포인트의 보험료율 인상과 6.8%의 운용수익률이 필요하다.
5차 재정계산에서 가정한 국민연금기금의 장기 평균 운용수익률이 4.5%인 점을 감안하면 보험료율은 4%포인트, 기금운용수익률은 2.3%포인트를 높일 수 있는 제도 조합이 필요한 셈이다. 남 위원은 "지금까진 기금운용수익률을 어디까지 높여야 하는지, 왜 높여야 하는지 목적이 불분명했다"며 "연금 재정의 장기균형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목표 수익률에 맞춰 기금운용체계도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위원은 정부 재정 투입에 대한 논의도 최대한 빨리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금개혁 지연과 인구 구조 악화로 미래 세대에 과중한 부담이 전가되는 상황에서 현 세대가 재정 부담을 통해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남 위원은 "지금부터 1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의 1%를 매년 국고로 보조하는 재정지원이 가능하다면 보험료 인상을 3%포인트로 제한하거나 기금운용의 목표수익률을 6.3%까지 낮게 잡을 수 있다"며 "아예 별도로 기금을 만들어 미래의 사회보장부담을 직접적으로 줄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뉴질랜드와 아일랜드 등의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부과방식 연금 제도를 운영하던 뉴질랜드는 2001년 기초연금에 대한 미래 세대의 부담 덜어주기 위해 국부펀드인 '슈퍼에뉴에이션 펀드'를 설립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매년 GDP의 일정 비율을 기금에 투입해 현재까지 243억달러를 투입했고, 기금운용을 통해 이 펀드를 2023년 현재 620억달러 규모로 불렸다. 이 펀드는 2036년까지 적립급 중도 인출이 불가능하다.
아일랜드 역시 2001년 고령화로 연금 급여 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에 대비해 적립기금을 조성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매년 국민총생산(GNP)의 1%를 이 기금에 재정으로 기여한다. 이 기금은 2025년부터 30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지출될 예정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공적연금의 재정방식과 연금개혁' 보고서를 통해 "적립금의 고갈과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을 전제로 하는 개혁안으론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 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연금개혁 추진을 위해 운영 중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산하 기금운용발전위원회와 국회가 여야 합의로 구성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에 모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다.
남 위원은 이 보고서를 통해 기금의 고갈과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을 전제로 이뤄지는 연금개혁 논의의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금개혁의 목표를 고갈 시점을 얼마 간 늦추는데 둘 것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적립금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 부과방식 전환이 필요 없을 정도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주장의 핵심 원인은 '세대 간 형평성'이다. 올해 3월 정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5차 재정계산에 따르면 2055년 기금 고갈 이후 그 해 보험료 수입으로 그해 지출을 충당하는 부과방식으로 전환 시 부과방식비용률은 26.1%에 달한다. 2055년 즈음 국민연금을 납부하고 있을 미래세대는 소득의 26% 이상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납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남 위원은 "퇴직연금, 건강보험 등 다른 사회보험을 감안하면 이는 부담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며 "인구가 감소하고 인구 구조가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부과방식은 답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의 대안으로 그가 제시하는 것은 캐나다연금(CPP)가 채택하고 있는 '정상상태적립(steady state funding)' 방식이다. CPP는 1998년 연금개혁을 통해 향후 75년 간 적립금이 연간 급여 지출액의 5~6배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최소보험료율과 목표수익률을 설정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위해 당시 6.4%였던 보험료율을 9.9%로 높였고, 독립된 전문 운용기관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를 설립했다. CPP는 통상 5년에 한번 재정계산을 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3년마다 재정계산을 통해 재정 상황을 점검하고, 제도를 미세 조정하고 있다.
한국 역시 CPP의 모델을 참고해 국민연금 적립금이 70년 뒤에도 고갈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남 위원의 주장이다. 남 위원이 공개한 국민연금연구원의 ALM(자산·부채종합관리)분석에 따르면 70년 뒤 국민연금 적립금이 연간 연금지출의 10배로 유지되기 위해선 4%포인트의 보험료율 인상과 6.8%의 운용수익률이 필요하다.
5차 재정계산에서 가정한 국민연금기금의 장기 평균 운용수익률이 4.5%인 점을 감안하면 보험료율은 4%포인트, 기금운용수익률은 2.3%포인트를 높일 수 있는 제도 조합이 필요한 셈이다. 남 위원은 "지금까진 기금운용수익률을 어디까지 높여야 하는지, 왜 높여야 하는지 목적이 불분명했다"며 "연금 재정의 장기균형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목표 수익률에 맞춰 기금운용체계도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위원은 정부 재정 투입에 대한 논의도 최대한 빨리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금개혁 지연과 인구 구조 악화로 미래 세대에 과중한 부담이 전가되는 상황에서 현 세대가 재정 부담을 통해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남 위원은 "지금부터 1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의 1%를 매년 국고로 보조하는 재정지원이 가능하다면 보험료 인상을 3%포인트로 제한하거나 기금운용의 목표수익률을 6.3%까지 낮게 잡을 수 있다"며 "아예 별도로 기금을 만들어 미래의 사회보장부담을 직접적으로 줄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뉴질랜드와 아일랜드 등의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부과방식 연금 제도를 운영하던 뉴질랜드는 2001년 기초연금에 대한 미래 세대의 부담 덜어주기 위해 국부펀드인 '슈퍼에뉴에이션 펀드'를 설립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매년 GDP의 일정 비율을 기금에 투입해 현재까지 243억달러를 투입했고, 기금운용을 통해 이 펀드를 2023년 현재 620억달러 규모로 불렸다. 이 펀드는 2036년까지 적립급 중도 인출이 불가능하다.
아일랜드 역시 2001년 고령화로 연금 급여 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에 대비해 적립기금을 조성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매년 국민총생산(GNP)의 1%를 이 기금에 재정으로 기여한다. 이 기금은 2025년부터 30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지출될 예정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