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갑작스런 임시주총은 꼭 챙겨야…"정기주총보다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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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장 유형 살펴보니…주총꾼부터 축제 분위기까지
박수 안 쳤단 이유로 배당 안 한 中상장사 일화도


주총 취지 훼손되기도, 정기 주총보단 임시 주총 중요
올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만 172개사의 임시 주총 열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아니더라도 간간이 주주총회 소식을 접한다. 회사 경영의 중대한 상황이 발생하면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주주 한명 한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주총이 있는 반면 마치 미리 짜맞추기라고 한 듯 일사불란하게 마무리되는 주총도 있다. 이번 마켓 트렌드에선 주주총회에 대해 살펴봤다.

주총장 방해꾼으로 불리는 '주총꾼'

최근 초록뱀미디어는 최대주주인 원영식 회장이 구속되자 신규 이사 선임 등의 이유로 임시 주총 소집을 결정했다. 정기나 임시 주주총회는 경영진과 주주가 기업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공유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경영의 일부분이다.

주총이 반드시 축제여야 하는 건 아니다. 통상 국내 상장사들은 매년 3월에 정기 주총을 연다. 여전히 많은 기업이 정기나 임시 주총이 부담스럽다고 토로한다. 경영 관심보단 주가 부진에 항의하는 일부 극성 주주들 때문이다. 주총장의 소란 탓에 제대로 된 진행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주주들이 강제 퇴장당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된다.

경영진들이 주총장을 꺼리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소액주주 탈을 쓴 '주총꾼' 때문이다. 상장사 주식을 단 몇 주만으로도 해마다 주총장에 참석해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수법 등을 일삼는 투자자들을 말한다. 주총꾼이란 직업도 있다. 일부 소액주주들이나 세력은 경영진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주총꾼을 고용하기도 한다.

주총꾼들이 나서는 경우 경영상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주총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 이들은 주총에 참석해 의사 진행을 방해하거나 암암리에 회사 측에 금품을 요구하기도 한다. 회사 측은 주총꾼들을 막기 위해 경호업체도 고용하지만, 주총장 밖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주주총회가 원활하게 진행되긴 힘들다.

행동주의 투자자 늘자, 대행 업체 호황…경영진은 부담

최근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하며 경영진과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이는 행동주의 펀드나 소액주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모아주는 전문 업체도 우후죽순 생겨나는 추세다. 실제로 연초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에서도 카카오와 연대한 SM 측과 하이브 측은 각각 7곳과 2곳의 의결권 업체를 선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결권 대행 업체는 2017년 말 의결권 대리 행사(섀도 보팅) 제도가 폐지되면서 호황을 맞았다. 섀도 보팅이란 주총 정족수 미달을 방지하기 위해 불참한 주주들의 표도 주총에서 나온 찬반 비율대로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그동안 불참한 주주들의 의결권을 참석한 주주들의 투표 결과대로 배분했다.

하지만 이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현재는 실제 주주표를 모집하는 해야 한다. 이들은 상장사나 행동주의 단체로부터 주주명부를 전달받고 이름과 주소를 통해 소액주주를 직접 찾아 의결권을 모으는 일을 한다. 주주총회 표대결 상황에 놓인 경영진들의 경우 현실적으론 비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주식 수에 따라 수수료를 주기로 계약을 맺는 경우엔 받아온 의결권만큼 부담이 커진다.

주주총회가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회사 직원들로 주총장을 가득 채워놓고, 현 경영진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내며 야유를 보내면서 저지하는 역할을 도맡는다. 이처럼 주주총회를 단순히 통과의례로 생각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임시 주주총회 사안들 잘 살펴야…"정기 주총보다 중요해"

그렇다면 모든 주주총회가 싸움터일까, 매년 5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리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는 주식시장의 지식 콘서트로 불린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과의 질의응답 시간 때문이다. 버핏은 5시간가량 주주들과 마라톤 질의응답에 나선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에선 기자와 금융사 애널리스트,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구분 없이 주주라면 질문할 수 있다.

중국에선 주총이 축제의 장이 되기도 한다. 중국 상장사들은 매년 열리는 주총장에 유명 가수를 초대하는 등 페스티벌을 방불케 한다. 1년간의 경영 성과를 주주들과 함께 공유함과 동시에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 한 중국계 상장사는 주주총회에서 유명 K-POP 가수를 초대하기도 했다.

모든 중국 상장사들의 주총이 축제의 장인 것은 아니다. 주주총회에서 박수를 치지 않았단 이유로 정기 배당을 안 한 일화가 있다. 과거 중국 대표 가전업체인 거리전자(格力电子)의 동밍주(董明珠) 회장이 주총장을 입장할 때 실적이 작년보다 부진하단 이유로 주주들이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그날 주총에선 박수도 치지 않았다. 이에 동 회장은 그동안 회사를 키운 경영진들의 노고를 무시했단 이유에서 그 해 배당을 하지 않았다. 거리전자는 중국 내 10대 가전기기 기업이다.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행사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행사장.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주주총회는 기업이나 경영 상황에 따라 유형도 가지각색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정기 주주총회보단 임시 주총 사안에 관심을 더 가지라고 조언한다. 계획과 달리 회사 경영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겼다는 이유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하기 때문이다. 주로 임시 주총 사안으론 경영권 분쟁, 매각, 자금조달 발행 한도 상향, 이사 변경 등이 있다. 제3자가 경영에 개입했거나 회사 경영에 변화가 생겼단 의미다.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61개사의 임시 주총이 열렸으며, 코스닥시장에선 172개사의 임시 주총이 개최됐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매년 1회 열리는 정기 주총 외에도 임시 주총 안건들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면서 "주총은 투자한 회사의 경영에 관해 기탄없이 얘기할 수 있는 자리로, 주총을 악용하는 일부 상장사나 주총꾼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