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보복여행' 유탄 맞은 한섬…증권가 "아직 더 기다려야"
※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그렘에서 ‘마켓PRO’를 검색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2분기 ‘어닝 쇼크’에 주가‧목표주가 나란히 11%↓
업황 부진 및 신규 브랜드 투자로 3분기 전망도 ‘암울’
“4분기부터 회복 전망…밸류에이션 매력도”
한섬의 여성 의류 브랜드 타임이 해외용 신규 라인 '더 타임'을 론칭했다. (사진=현대백화점)
한섬의 여성 의류 브랜드 타임이 해외용 신규 라인 '더 타임'을 론칭했다. (사진=현대백화점)
기대 이하의 2분기 실적을 내놓은 한섬이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습니다. 지난달 말에 바닥을 찍고 반등할 조짐을 보이다가 무너져 내린 터라 주주 입장에서는 더 답답할 법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에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올해 들어선 해외여행에 소비 수요를 빼앗긴 게 실적 부진의 이유입니다. 브랜드 다변화에 나선 데 따른 투자 부담도 계속 이익을 짓누를 전망입니다. 증권가에선 회복 시점이 빨라도 4분기라며 시간을 두고 접근하라는 조언이 나옵니다.

2분기 어닝 쇼크에…주가도, 목표주가도 ‘곤두박질’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한섬은 11.49% 하락한 1만934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52주 신저가를 새로 쓰며 기술적인 반등조차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날 급락이 반등 조짐을 보이던 와중에 나타났다는 점에서 더 아쉽습니다. 직전에 52주 신저가(1만9800원)를 기록한 7월26일을 바닥으로 지난 7일까지 종가 기준으로 8.71% 올랐지만, 하루만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더 아래로 곤두박질친 겁니다.
[마켓PRO] '보복여행' 유탄 맞은 한섬…증권가 "아직 더 기다려야"
주가 급락의 배경은 2분기 실적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친 ‘어닝 쇼크’입니다. 한섬의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한 3457억원, 영업이익은 78.8% 줄어든 58억원입니다. 특히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전망치 평균) 240억원의 4분의1에도 못 미쳤습니다.

당연히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섬유‧의복 섹터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하는 한섬에 대한 목표주가도 곤두박질쳤습니다. 실적 발표 전에는 에프앤가이드에 3만6800원으로 집계돼 있던 한섬의 목표주가는 하루만에 3만2450원으로 11.82% 낮아졌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3만1000원에서 2만3500원으로 24.19% 깎고, 투자의견까지 매수에서 ‘트레이딩 바이(Trading Buy)’로 내렸습니다. 단기매매 위주로 대응하지, 큰 수익을 기대하지는 말라는 겁니다.

이외에도 삼성증권(3만5000원→2만7000원), NH투자증권(3만원→2만7000원), 키움증권(3만7000원→3만원), 메리츠증권(3만5000원→3만원), 하나증권(3만5000원→3만1000원), 대신증권(3만4000원→3만원) 등 지난 8일 한섬의 2분기 실적에 대한 리뷰(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증권사 모두가 목표주가를 하향했습니다.
[마켓PRO] '보복여행' 유탄 맞은 한섬…증권가 "아직 더 기다려야"

영업환경 악화로 고정비 부담 늘었는데, 대응 비용까지 발생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섬의 2분기 실적 부진에 대해 “작년 의류에 집중됐던 소비가 여행으로 분산돼 한섬에 우호적이지 않은 영업환경이 지속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해외 여행이 막혀 있는 동안에는 소비가 의류를 비롯한 내구재에 집중됐지만, 작년 말부터 출입국 과정에서 방역 절차가 완화되면서 해외여행 소비가 폭발한 겁니다. 조 연구원은 “고가 제품 비중이 높은 VIP 고객 매출은 견조했지만, 그 이외 일반 고객군과 캐주얼 브랜드 매출이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고도 부연했습니다.

비용 증가도 문제였습니다. 우선 매출이 줄어들면서 고정비 부담이 크게 부각됐습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판매 촉진을 위한) 할인율이 늘면서 원가율이 올라갔다”고 말했습니다.

당장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서현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의류와 같은 내구재의 소비는 사이클이 상대적으로 길고 폭도 크다”며 “할인 경쟁과 재고 부담이 확대돼 추가적인 실적 저하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물론 한섬도 가만히 앉아서 실적 악화를 지켜보기만 하는 건 아닙니다. 대응에도 비용이 발생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박현진 연구원은 “마케팅비와 인건비, 감가상각비가 늘어 판매관리비는 전년 동기 대비 89억원 순증한 게 2분기 이익 부진의 이유”라며 “마케팅비는 웹드라마 방영 및 여성 의류 브랜드인 ‘타임’의 해외 사업 준비, 신규 브랜드 론칭 관련 비용”이라고 전했습니다.

“4분기에 ‘보복여행’ 악영향 완화…신규 브랜드 성장 속도 관건”

한섬은 지난 2분기에 타임 브랜드의 글로벌 라인에 더해 ‘톰그레이하운드’의 남성 라인도 론칭했습니다. 하반기에도 캐나다 아우터 브랜드 무스너클과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아스페시의 론칭이 예정돼 있습니다.

새로 론칭한 브랜드들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해줄지가 관건입니다. 최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통 브랜드 론칭 초기에는 매출액 기여는 미미한 반면, 초기 비용 집행이 크다”면서도 “중장기 관점에서 신규 브랜드들의 실적 기여도 상승이 주가 리레이팅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실적 회복의 시기로는 올해 4분기가 꼽혔습니다. 출입국 과정에서의 방역절차가 완화된 지 1년이 지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매판매의 선행지표인 소비자심리지수가 6월(100.7)과 7월(103.2)에 연속으로 기준선인 100을 웃돈 점을 고려할 때, 역기저 부담이 완화되는 4분기를 기점으로 점진적으로 실적과 주가가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주가가 크게 하락한 데 따라 저평가 매력을 보고 투자할지 여부도 따져볼 만합니다. 조소정 연구원은 “한섬의 주가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4배 수준”이라며 단기간 내 주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지만, 절대적인 맬류에이션 매력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