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칼럼] 약탈적 상속세,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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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韓 상속세
올 세제 개편안에도 변화 없어
상속세율, 소득세율보다 낮추고
유산취득세로 전환해야
경제규모 맞춰 면세한도는 상향
세정에는 합리성과 철학 담겨야
윤성민 논설위원
올 세제 개편안에도 변화 없어
상속세율, 소득세율보다 낮추고
유산취득세로 전환해야
경제규모 맞춰 면세한도는 상향
세정에는 합리성과 철학 담겨야
윤성민 논설위원
코로나19 백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모기업인 아스트라는 본래 스웨덴 기업이었다. 1984년 창업자 부인이 죽은 뒤 70%나 되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폭락해 상속세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유족이 상속을 포기하고 규모가 더 작은 영국 제네카에 매각해 버렸다.
아스트라 사건은 스웨덴 사회가 상속세에 대해 재고하는 계기가 됐다. 가구회사 이케아, 우유팩의 대명사 테트라팩처럼 본사 이전·창업자 이민 등으로 자본 유출이 심해지자 결국 2004~2005년 상속세를 폐지하고 부담이 훨씬 적은 자본이득세를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된다. 스웨덴 명문 웁살라대 연구팀이 조사해보니 상속세 폐지 기점 하루 전후로 급격한 사망자 수 변화가 나타났다. 배우자 간 상속세가 면제된 2004년 1월 1일의 사망자는 2003년 12월 31일에 비해 12% 증가했다. 상속세 자체가 폐지된 2005년 1월 1일에도 사망자는 2004년 12월 31일보다 10% 늘었다. 경제적 동기가 한 개인의 사망 날짜까지 바꿔 놓은 것이다. 극단적 연명치료나 사망일을 하루 뒤로 조작한 경우도 없지 않았지만, 가족에게 상속세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환자 본인의 강한 의지가 상속세 폐지일까지 살게 한 가장 큰 이유였다고 한다.
인간 본성이 이런 것이다. 부를 쌓아 후손에게 온전하게 물려주고 싶은 욕망은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이란 수식어를 단 DNA의 지고의 명령이다. 부의 축적은 근로의 제일 동인이자, 지속적 사회 성장의 토대이기도 하다.
이처럼 상속세는 근본적으로는 인간 본성을 거스르는 조세 제도다. 부의 편중을 막고 균등한 출발선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적잖은 국가가 상속세를 도입하고 있지만, 한국처럼 각국의 상속세제 중 가장 가혹한 부분만 따와 흡혈귀 같은 세제를 운용하고 있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 이번 세제개편안에도 결혼 증여 한도 상향과 가업승계의 일부 개선을 빼면 골격은 전혀 변한 게 없다.
잘 아는 대로 한국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로, 일본(55%)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두 번째로 높다. 그런데 일본과 한국은 상속세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가 상속가액 전체를 과표로 삼아 세율을 적용한 뒤 상속인별로 나누는 유산세 방식인 데 비해 일본은 상속인별 상속가액을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이다. 따라서 실질적 세 부담은 한국이 더 높다.
우리처럼 유산세 방식을 쓰고 있는 곳은 OECD 내 4개국에 불과한데, 그중 하나인 미국과 비교해 보자. 미국의 최고 세율도 40%로 낮지 않다. 그러나 미국의 상속세 면제 한도는 부모 한 사람당 1170만달러(약 153억원), 부모 합산으로는 2340만달러(약 306억원)다. 일반인에겐 상속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우리는 지난 23년간 국민 소득이 세 배 가까이 올랐는데도, 상속세 면제 한도는 10억원 그대로다.
기업 대주주에겐 20% 할증이 붙어 60%의 세계 최고 세율이 적용된다. 이건희 회장 사후 삼성가에 부과된 12조원의 상속세는 세계 역사상 최고 액수다. 국가 세수 추계에 영향을 줄 정도의 엄청난 금액이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사후에는 유족이 상속세 낼 돈이 없어 주식 물납을 하는 바람에 기획재정부가 넥슨 지주회사의 2대주주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불합리하고 가혹한 한국 상속세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여기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상속세는 기본적으로 이중과세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OECD 대부분의 국가처럼 상속세율을 소득세율보다 낮게 적용해야 하는 이유다. 둘째, 세금은 부담 능력에 맞춰 과세해야 한다. 이른바 ‘응능(應能)부담’의 원칙이다. 1950년 상속세제 도입 후 73년째 고수하고 있는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할 때다. 셋째, 경제 규모 확대에 걸맞게 면세 한도도 상향해야 한다.
세금에는 조세 철학이 있어야 한다. 재산이 형성됐다고 무조건 세금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합리적 원칙과 정책 효과가 투영돼야 한다. 국가는 장례 비즈니스 하는 곳이 아니다. ‘부정축재’ ‘불로소득’ 같은 상속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구시대적이다. 국세청과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소득지출분석 및 자금추적 시스템이 고도로 발달한 요즘에는 제비 덕에 대박 난 흥부도 세금 안 내고 못 배긴다고 하지 않는가. 로또 제세공과금(20~30%)보다 두 배나 높은 상속세는 너무 심하다.
아스트라 사건은 스웨덴 사회가 상속세에 대해 재고하는 계기가 됐다. 가구회사 이케아, 우유팩의 대명사 테트라팩처럼 본사 이전·창업자 이민 등으로 자본 유출이 심해지자 결국 2004~2005년 상속세를 폐지하고 부담이 훨씬 적은 자본이득세를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된다. 스웨덴 명문 웁살라대 연구팀이 조사해보니 상속세 폐지 기점 하루 전후로 급격한 사망자 수 변화가 나타났다. 배우자 간 상속세가 면제된 2004년 1월 1일의 사망자는 2003년 12월 31일에 비해 12% 증가했다. 상속세 자체가 폐지된 2005년 1월 1일에도 사망자는 2004년 12월 31일보다 10% 늘었다. 경제적 동기가 한 개인의 사망 날짜까지 바꿔 놓은 것이다. 극단적 연명치료나 사망일을 하루 뒤로 조작한 경우도 없지 않았지만, 가족에게 상속세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환자 본인의 강한 의지가 상속세 폐지일까지 살게 한 가장 큰 이유였다고 한다.
인간 본성이 이런 것이다. 부를 쌓아 후손에게 온전하게 물려주고 싶은 욕망은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이란 수식어를 단 DNA의 지고의 명령이다. 부의 축적은 근로의 제일 동인이자, 지속적 사회 성장의 토대이기도 하다.
이처럼 상속세는 근본적으로는 인간 본성을 거스르는 조세 제도다. 부의 편중을 막고 균등한 출발선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적잖은 국가가 상속세를 도입하고 있지만, 한국처럼 각국의 상속세제 중 가장 가혹한 부분만 따와 흡혈귀 같은 세제를 운용하고 있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 이번 세제개편안에도 결혼 증여 한도 상향과 가업승계의 일부 개선을 빼면 골격은 전혀 변한 게 없다.
잘 아는 대로 한국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로, 일본(55%)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두 번째로 높다. 그런데 일본과 한국은 상속세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가 상속가액 전체를 과표로 삼아 세율을 적용한 뒤 상속인별로 나누는 유산세 방식인 데 비해 일본은 상속인별 상속가액을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이다. 따라서 실질적 세 부담은 한국이 더 높다.
우리처럼 유산세 방식을 쓰고 있는 곳은 OECD 내 4개국에 불과한데, 그중 하나인 미국과 비교해 보자. 미국의 최고 세율도 40%로 낮지 않다. 그러나 미국의 상속세 면제 한도는 부모 한 사람당 1170만달러(약 153억원), 부모 합산으로는 2340만달러(약 306억원)다. 일반인에겐 상속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우리는 지난 23년간 국민 소득이 세 배 가까이 올랐는데도, 상속세 면제 한도는 10억원 그대로다.
기업 대주주에겐 20% 할증이 붙어 60%의 세계 최고 세율이 적용된다. 이건희 회장 사후 삼성가에 부과된 12조원의 상속세는 세계 역사상 최고 액수다. 국가 세수 추계에 영향을 줄 정도의 엄청난 금액이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사후에는 유족이 상속세 낼 돈이 없어 주식 물납을 하는 바람에 기획재정부가 넥슨 지주회사의 2대주주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불합리하고 가혹한 한국 상속세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여기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상속세는 기본적으로 이중과세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OECD 대부분의 국가처럼 상속세율을 소득세율보다 낮게 적용해야 하는 이유다. 둘째, 세금은 부담 능력에 맞춰 과세해야 한다. 이른바 ‘응능(應能)부담’의 원칙이다. 1950년 상속세제 도입 후 73년째 고수하고 있는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할 때다. 셋째, 경제 규모 확대에 걸맞게 면세 한도도 상향해야 한다.
세금에는 조세 철학이 있어야 한다. 재산이 형성됐다고 무조건 세금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합리적 원칙과 정책 효과가 투영돼야 한다. 국가는 장례 비즈니스 하는 곳이 아니다. ‘부정축재’ ‘불로소득’ 같은 상속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구시대적이다. 국세청과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소득지출분석 및 자금추적 시스템이 고도로 발달한 요즘에는 제비 덕에 대박 난 흥부도 세금 안 내고 못 배긴다고 하지 않는가. 로또 제세공과금(20~30%)보다 두 배나 높은 상속세는 너무 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