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차기 회장 후보 내부 4명·외부 2명
K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후보가 허인·양종희·이동철 KB금융 부회장과 박정림 KB증권 사장(KB금융 총괄부문장) 등 내부 인사 4명과 외부 인사 2명 등 6명으로 압축됐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들 6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두 차례 면접과 평판 조회 등을 통해 다음달 최종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지난 9년 동안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KB금융을 ‘1등 금융지주’로 키운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주요 주주들에게 친필 서한을 보내 “회장이 바뀐 이후에도 KB금융의 비전과 전략이 일관성 있게 이어질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6명 후보 검증 과정 본격화

KB금융 회추위는 8일 회의를 열어 차기 회장 1차 후보군을 확정했다. 회추위는 4명의 내부 후보와 달리 2명의 외부 후보는 본인의 요청에 따라 익명성을 보장하기로 했다. 회추위는 20명의 회장 후보(롱리스트)에 대한 평가자료를 참고해 업무 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등을 평가한 뒤 논의와 투표를 거쳐 쇼트리스트를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쇼트리스트에 포함된 3명의 부회장은 1961년생 동갑내기지만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인 부회장은 ‘첫 3연임 국민은행장’이란 경력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허 부회장은 한국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2017년 국민은행장에 올라 4년간 은행을 이끌면서 신한은행에 빼앗긴 ‘리딩뱅크’(1등 은행) 자리를 탈환했다. 원칙주의자로 강도 높은 윤리경영을 실천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가장 먼저 부회장을 맡은 양종희 부회장은 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에서 윤 회장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다. 그룹의 비전과 가치관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 부회장은 KB금융지주 재무총괄 부사장을 맡아 윤 회장과 마찬가지로 ‘재무통’으로 분류된다. KB금융지주 전략기획담당 상무 시절 LIG손해보험(현 KB손보)을 성공적으로 인수했고, KB 출신 첫 사령탑으로 KB손보를 5년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이동철 부회장은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사 카드사를 비롯한 비은행 분야를 모두 섭렵해 사업 전반에 걸쳐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KB생명보험 부사장과 KB국민카드 사장을 맡아 디지털 혁신과 해외 사업에서 실력을 발휘했다. KB금융지주에서 전략총괄 부사장을 지내 전략 기획에도 강점이 있다.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를 주도하는 등 M&A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맡아 ‘전략통’으로 불린다.

국내 증권사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KB금융 총괄부문장을 맡고 있는 박정림 KB증권 사장도 자산관리(WM) 분야 전문성을 갖춘 다크호스 후보라는 평가다.

윤종규 “탁월한 후보 선임될 것”

회추위는 6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오는 29일 1차 인터뷰를 진행해 3명의 2차 쇼트리스트를 확정할 예정이다. 다음달 8일엔 3명의 후보를 상대로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고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자를 확정한다.

2014년부터 9년 동안 KB금융을 이끌어온 윤 회장은 4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지난 6일 국민연금 블랙록 피델리티 등 주요 주주들에게 이메일 서한을 보냈다. 그는 서한에서 “KB금융은 매우 훌륭한 CEO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뛰어난 자질과 능력을 갖춘 후보군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온 만큼 이사회가 현명한 판단으로 KB금융의 지속 성장을 이끌어갈 탁월한 후보를 선임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윤 회장이 주요 주주들에게 이 같은 서한을 보낸 것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 불안을 없애기 위한 조치라는 게 KB금융의 설명이다. 9년 동안 KB금융의 성장을 이끈 윤 회장이 퇴임하고 신임 회장이 취임하는 과정에서 KB금융의 경영 전략과 비전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그룹을 이끌 것”이라며 “후임자가 새로운 역할에 잘 적응하고 그룹이 순항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의진/김보형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