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수익성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항공유 판매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 항공유 판매는 각사 매출의 10~15%에 불과하지만, 정제마진이 휘발유나 경유보다 높아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여행 수요 급증으로 항공유 판매가 확대되며 정유 4사 실적에 파란불이 켜질 전망이다.

항공유 판매,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정유사가 올 상반기 판매한 항공유는 1615만 배럴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상반기 판매량의 83%에 육박했다. 2021년 항공유 판매량은 2117만 배럴로 2019년 전체 판매량(3883만 배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도 2527만 배럴에 그쳤다.

올해 분위기는 예년과 다르다. 코로나19 이후 보복여행 수요 확대에 발맞춰 항공사들이 항공편을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늘리고 있어서다. ‘반토막’ 났던 항공유 판매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7~8월 여름휴가에 더해 다음달 추석과 10월 황금연휴 등으로 여행객이 크게 늘며 올해 항공유 판매량이 2019년에 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항공유 정제마진이 2019년보다 높아진 점도 정유 4사 실적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항공유 정제마진은 2019년엔 연평균 배럴당 13.65달러였지만, 2020년 2.52달러로 수직 낙하했다. 2021년에도 5.85달러에 불과했다. 올 상반기엔 배럴당 19.96달러로 작년(30.31달러)보다 낮지만 2019년보단 122% 상승했다.

여름 휴가철 ‘드라이빙 시즌’이 본격화하며 휘발유, 경유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유사 실적을 가늠하는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도 5주째 상승하고 있다. 8월 첫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11.5달러로, 전주(배럴당 8.9달러)보다 상승했다.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배럴당 4~5달러를 훌쩍 넘었다.

2분기엔 정제마진이 2~5달러를 오르내리며 정유 4사가 정유사업부문에서 줄줄이 영업적자를 냈다. 국내 정유사들은 자체 보유한 유전이 거의 없어 수입한 원유 가격보다 제품값이 일정 수준 높아야 수익을 낸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비 등을 뺀 값이다.

국제 유가가 지난달 초 배럴당 75달러 수준에서 최근 86달러로 치솟은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의 감산 등 공급이 주춤한 가운데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

김형규/김재후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