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휴가 마지막 날인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방혁신위원회 제2차 회의를 주재했다. 왼쪽부터 김관진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 윤 대통령, 이종섭 국방부 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등 회의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휴가 마지막 날인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방혁신위원회 제2차 회의를 주재했다. 왼쪽부터 김관진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 윤 대통령, 이종섭 국방부 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등 회의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재래식 전력 증강에 투입되는 예산을 줄여 북한 핵·미사일 위협 억제 능력 확보에 집중 투입할 것을 8일 주문했다. 한정된 국방 예산을 꼭 필요한 곳에 집중적으로 사용해야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방혁신위원회 2차 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이 감히 싸움을 걸지 못하도록 우리 군을 막강한 강군으로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방혁신위는 과학 강군을 건설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발족한 조직이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고,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합동군사전략 △드론작전사령부 작전 수행 방안 △2024~2028 국방중기계획 재원배분 방안 등 3건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국방부는 2024~2028년 국방중기계획 재원배분 방안을 발표하면서 군 전력증강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계획했던 사업이라도 시급성이 떨어지는 재래식 전력증강 사업은 이번 중기계획에서 과감히 제외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이를 통해 확충한 재원을 북한 전 지역에 대한 감시·정찰능력, 초정밀·고위력 타격능력, 복합·다층적 대공방어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정된 국방 예산을 써야 할 곳에 제대로 사용함으로써 국방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한편 나날이 고도화되는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최우선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과 사이버 및 무인기 등 비대칭 위협은 눈앞에 닥친 것이기에 최우선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우리 군의 군사전략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북한의 도발이 일어났을 때 즉각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을 통해 위협의 근원을 조기에 제거하기 위한 방향으로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분기마다 국방혁신위 회의를 주재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국방혁신위 1차 회의도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달 창설되는 드론작전사령부에 대해 “북한이 무인기 도발을 할 경우 공세적인 전력 운용을 통해 군의 단호한 대응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어 “실질적 훈련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즉각 임무 수행이 가능한 역량과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또 “싸워서 이기는 강군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장병들이 확고한 대적관과 군인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국가적인 주장과 왜곡된 역사관을 바로잡아 장병들이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정신전력 극대화에도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끝난 뒤 이어진 토론에서 김 전 장관은 “북한이 핵 능력을 고도화한 현시점이 6·25전쟁 이후 가장 위험한 시기”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3축 체계 구축과 장병 교육훈련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당초 8일까지 여름휴가를 보낼 생각이었지만, 이날 대통령실로 출근하면서 사실상 업무에 복귀했다. 오전에는 전북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진행 상황을 챙기기 위한 참모진 회의를 열었고, 오후엔 태풍 카눈 대비 현황을 점검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